도서 소개
한국 시조시단의 중진 권갑하 시인의 연작 단시조집 『마음꽃 달항아리』가 작가 기획시선 40번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조집 『마음꽃 달항아리』는 시조만이 담을 수 있는 율격적 배려가 눈에 띄는 가집으로, 총 5부로 구성되어 93편의 시편을 담고 있다.
이번 시조집의 실질적 주인공인 ‘달항아리’는 조선 후기에 창안된 백자로서, 조선백자의 특징인 온화한 흰 빛과 유려하고 원만한 곡선 형태를 갖춘 예술품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달항아리의 속성과 비유적 의미망을 시인은 회화로 그려내었고, 이어 ‘단시조’라는 양식에 의탁하여 표현하고 확산해왔다. 매력적 볼륨과 질감, 공간감을 견지하고 있어 많은 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아온 달항아리는 이로써 권갑하의 그림과 시조로 되살아나게 되었다.
이때 시인은 미학적 전율을 환기하면서 가장 근원적인 고요함과 역동성을 가멸차게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달항아리의 궁극적 존재증명을 예술적으로 수행해간 것이다. 아름답고 단단한 회화적 의장들이 다가오는 순간, 우리는 심원한 파문 속에서 한없는 예술적 울림과 떨림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울림과 떨림의 순간은 ‘단시조’라는 가장 맞춤한 언어예술에 실려 우리에게 복합예술의 한 경지를 경험하게끔 해준다.
출판사 리뷰
언어가 숨을 멈추고 사물이 육체를 얻어 발화하는 순간
─ 권갑하 시조집 『마음꽃 달항아리』한국 시조시단의 중진 권갑하 시인의 연작 단시조집 『마음꽃 달항아리』가 작가 기획시선 40번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조집 『마음꽃 달항아리』는 시조만이 담을 수 있는 율격적 배려가 눈에 띄는 가집으로, 총 5부로 구성되어 93편의 시편을 담고 있다.
권갑하 시인은 1985년 《나래》 동인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1992년 《조선일보》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었고,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아리랑의 글로컬문화콘텐츠화 전략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시조집으로 『단 하루의 사랑을 위해 천년을 기다릴 수 있다면』 『세한의 저녁』 『외등의 시간』 『사랑은 기다림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공존』 『누이감자』 『겨울발해』 『오곡밥』 등이 있고, 수필집으로 『하얀 인연』, 평론집으로 『현대시조 진단과 모색』 『현대시조와 모더니즘』 등을 출간하였다. 또한, 시인은 제30회 중앙시조대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그의 동시조 「비 오는 날」은 초등학교 5-1 국어 『읽기』 국정교과서에 수록된 바 있다.
이번 시조집의 실질적 주인공인 ‘달항아리’는 조선 후기에 창안된 백자(白磁)로서, 조선백자의 특징인 온화한 흰 빛과 유려하고 원만한 곡선 형태를 갖춘 예술품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달항아리의 속성과 비유적 의미망을 시인은 회화로 그려내었고, 이어 ‘단시조’라는 양식에 의탁하여 표현하고 확산해왔다. 매력적 볼륨과 질감, 공간감을 견지하고 있어 많은 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아온 달항아리는 이로써 권갑하의 그림과 시조로 되살아나게 되었다. 이때 시인은 미학적 전율을 환기하면서 가장 근원적인 고요함과 역동성을 가멸차게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달항아리의 궁극적 존재증명을 예술적으로 수행해간 것이다. 아름답고 단단한 회화적 의장(意匠)들이 다가오는 순간, 우리는 심원한 파문 속에서 한없는 예술적 울림과 떨림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울림과 떨림의 순간은 ‘단시조’라는 가장 맞춤한 언어예술에 실려 우리에게 복합예술의 한 경지를 경험하게끔 해준다.
특별히 이번 시조집은 달항아리에서 유추한 인상과 이미지를 가장 육화된 언어로 표현한 미학적 정화(精華)가 매우 많다. 그것들은 대체로 시인 자신의 내면을 고백한 사례, 사랑과 그리움을 토로한 사례, 달항아리의 물성(物性)을 묘사한 사례, 예술적 자의식을 암시한 사례, 윤리적 태도의 차원을 유추한 사례, 삶의 본령을 비유적으로 노래한 사례 등으로 한없이 번져간다. 이 모든 형상이 단시조에 입혀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데, 말하자면 그것은 회화예술과는 다른, 그러면서도 그것과 통합되고 서로 화창(和唱)하는 함축적 언어예술로서의 정형적 극점을 이룬 사례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빈자리로
슬픔을 채우랴
한 자리 있는 그대로
너는 홀로 빛난다
스스로
불을 켜 드는
견고한 고독의 꽃
- 「달항아리 - 자존」 전문
시인은 달항아리의 ‘비어 있음’과 ‘홀로 있음’을 슬픔으로 채우고 있는 상태를 일러 홀로 빛나는 ‘고독’의 결정(結晶으로 읽는다. 그렇게 “불을 켜 드는/견고한 고독의 꽃”이야말로 달항아리의 자존(自尊)이자 시인 스스로의 존재방식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시인은 “속 다 비우고 나니/비로소 차오르는”(「달항아리 - 도량」) 마음으로 세상을 견디고 건너감으로써 스스로의 자존을 완성한다. 동시에 시인은 “맑고 고요하지만/안으로/메아리치는”(「달항아리 - 무미」) 마음으로 “속 깊이/갈무려온/맑고 둥근 울림”(「달항아리 - 침묵」)을 스스로에게 부여해간다. 모든 것이 ‘달항아리=시인’이라는 실존적 등식에 충실한 마음의 발로(發露)였을 것이다.
너 떠난 빈 하늘
그리움 불 밝힌다
너로 하여 이토록
훤히 빛나는 것임을
막막한
내 어린 사랑도
너로 하여 못 멈춤을
- 「달항아리 - 월광」 전문
이 시편은 시인이 마음 가득 품은, 누군가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의 노래이다. 서정시는 2인칭의 부재로 인한 결핍의 미학에 스스로 문을 여는 장르이다. 그 부재를 현실적으로 해소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스스로의 실존으로 받아들이는 견인(堅忍)의 미학이 서정시의 권역을 충일하게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랑과 그리움의 시학은 “감아도 사라지지 않는/그리움의 잔영들”(「달항아리 - 여백」)로 남아 우리로 하여금 “그대 안/환히 피어나는/따뜻한 위안”(「달항아리 - 소망」)을 느끼게끔 해준다. 이 모든 것이 ‘시인 권갑하’의 존재론적 원형을 사랑과 그리움으로 소환한 낱낱 작품들인 셈이다.
달의 미소처럼
부드럽게 기운 숨결
가장 낮은 자락에
고요히 중심을 품고
너 닮은
기운 선 하나에
비움과 품음 다 담겼네
- 「달항아리 - 곡선」 전문
이어 시인은 달항아리가 가진 곡선의 미학을 집중적으로 노래한다. “달의 미소처럼/부드럽게 기운 숨결”은 가장 낮은 자락에 고요하게 잡은 ‘중심’을 보여주는데, 그렇게 “기운 선 하나”에 다 스민 “비움과 품음”은 조화로운 다양함의 미학을 담아낸 ‘곡선’의 내포적 의미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곡선의 미학은 “흙의 핏줄로 빚은/생명의 둥근 집”(「달항아리 - 만삭」)이라든지 “조금은 이지러져/더욱 둥그런”(「달항아리 - 희원」) 마음 그리고 “둥글게 품고 이어갈/조선의 흰 숨결”(「달항아리 - 백의」)이나 “둥글게 품어 안은/넉넉한 가슴”(「달항아리 - 공감」)까지 반영해내고 있다. 그렇게 달항아리는 격조 있는 곡선의 빛으로 눈부시게 다가온다.
빛으로 증언하는 묵묵한 고백엔
혼을 불태운 이의 숨결이 배어 있다
아내의 잠처럼 깊은
우주의 푸른 숨소리
- 「달항아리 - 숨결」 전문
우리의 삶은 “빛으로 증언하는 묵묵한 고백”과 “혼을 불태운 이의 숨결”로 누대(累代)의 동력을 얻는다. “아내의 잠처럼 깊은/우주의 푸른 숨소리”는 달항아리가 쉬는 숨결이기도 하지만, 온전하게 중심을 잡은 이들이 마음속에 담은 “흙의 꿈/불의 사랑”(「달항아리 - 조화」)이기도 할 것이다. 그 숨결은 “금 간/자리마다/깊게 스민/맑은 별빛”(「달항아리?균열」)처럼 우주적인 것이자, “이별마저/껴안은/부드러운 결”(「달항아리 - 합일」)처럼 일상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권갑하 시인은 자신이 탐구하고 묘사하는 대상들이 어떤 근원적이고 성스러운 분위기에 감싸여 있다는 점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사물이 들려주는 성스러운 소리를 통해 원초적 통일성을 회복하고 완성하려는 열망이 줄곧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시인이 귀 기울이고 있는 것 역시 그러한 성스러움을 담은 근원적인 ‘침묵의 소리’일 것이다. 이는 신성한 존재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고요하게 들려주는 과정으로서, 달항아리에서 존재론적 근원을 발견하고 그 흔적들을 찾고자 하는 시인의 촉수가 단시조 안에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권갑하의 ‘달항아리’ 연작은 사물의 존재론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면서 외적 관찰과 내적 침잠의 과정을 동시적으로 탄생시킨 역작들이다. 그럼으로써 시인은 사물의 항구성과 순간성을 통합적으로 형상화하고, 언어를 넘어선 역동의 고요를 포착하면서, 언어가 숨을 멈추고 사물이 육체를 얻어 발화하는 순간을 새겨간 것이다. 시인은 이렇게 사물의 모습은 드러내고 자신의 마음은 은근하게 내보이는 작법을 취하면서, 참신한 이미지군(群)을 통해 달항아리의 본질에 직핍(直逼)해가는 목표를 단숨에 성취한다.
문학평론가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권갑하의 ‘달항아리’ 연작에 대해 “동일성에 바탕을 둔 ‘충만한 현재형’을 구상화한 가편(佳篇)들”이라 칭하며, 그를 “세계와 자아 사이의 균열을 넘어, 삶의 궁극적 완성을 추구해가는 고전주의자”라고 평했고, 문학평론가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그의 시편을 “시조만 담을 수 있을 다함없는 흰빛과, 빈 자리와, 머물러 있어도 한없이 흘러가는, 흐름 속에 고요히 앉은, 그치지 않는 송축”이라며 “표현할 수 없이 은은한 빛”에 찬사를 보냈다.
그렇게 불꽃처럼 타오르는 영원의 흰 빛에 대한 지극한 관조와 발견을 통해 삶의 지표를 유추하고 성찰해온 시인의 마음이 담긴 이번 시조집에 세상의 크나큰 반응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로써 한국 시조는 융합 예술의 한 격조와 경지를 얻게 되었다.

둥근 가마 속에
생을 밀어 넣는다
불꽃처럼 타오른 혼,
맑고 희게 피어난
깨져도 꺼지지 않는
영원의 빛 품었네
「달항아리-혼불」
낙관을 찍지 못한
도공의 지문일까
간장독으로 견딘 사옹원 수라간 시간
그 아픔
눈물꽃 피어
스민 숨결 뜨겁네
「달항아리-얼룩」
작가 소개
지은이 : 권갑하
1985년 《나래》 동인으로 문학 활동 시작. 1992년 《조선일보》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2011년 동시조 「비 오는 날」 초등학교 5-1국어 《읽기》 국정교과서에 수록됨. 2011년 제30회 중앙시조대상 수상. 2015년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회장 당선. 2017년 권갑하 시노래 음반 『그대 그리운 날은』 출시. 2018년 하늘재아리랑시조문학관 개관. 2019년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당선. 2019년 『권갑하 시조 연구』(이지엽 편저) 출간. 2023년 제1회 서예 개인전 개최(영상). 2024년 제1회 달항아리그림 개인전 개최(인사동 한국미술관).시조집 『단 하루의 사랑을 위해 천년을 기다릴 수 있다면』 『세한의 저녁』 『외등의 시간』 『사랑은 기다림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공존』 『누이감자』 『겨울발해』 『오곡밥』, 수필집 『하얀 인연』, 평론집 『현대시조 진단과 모색』 『현대시조와 모더니즘』, 박사논문 「아리랑의 글로컬문화콘텐츠화 전략 연구」 (한양대 대학원) 등.현) 강남문인협회장, 하늘재문학관장, 문경새재여름시인학교장, 계간 《나래시조》 편집인, 〈권갑하감성TV〉 대표, 청안문예창작대학원 전임교수. 전) 농민신문사 논설실장, 도농협동연수원장,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나래시조시인협회장, 농협대학교 겸임교수 등.
목차
여는 마음
제1부 혼으로 피어난 빛
달항아리 혼불 13
달항아리 무위 14
달항아리 곡선 15
달항아리 희원 16
달항아리 조화 17
달항아리 혼빛 18
달항아리 백의 19
달항아리 마음 20
달항아리 고요 21
달항아리 일심 22
달항아리 헌신 23
달항아리 하양꽃 24
달항아리 항아 25
달항아리 동행 26
달항아리 설백 27
달항아리 만삭 28
제2부 침묵의 불꽃
달항아리 침묵 31
달항아리 고백 32
달항아리 무미 33
달항아리 눈물 34
달항아리 실금 35
달항아리 균열 36
달항아리 얼룩 37
달항아리 불면 38
달항아리 달멍 39
달항아리 초연 40
달항아리 시름 41
달항아리 욕망 42
달항아리 충만 43
달항아리 번민 44
달항아리 울림 45
달항아리 열망 46
제3부 너를 품은 달
달항아리 부재 49
달항아리 자존 50
달항아리 포용 51
달항아리 엄마달 52
달항아리 눈빛 53
달항아리 월광 54
달항아리 설중매 55
달항아리 축복 56
달항아리 용서 57
달항아리 버나드 리치 58
달항아리 자적 59
달항아리 행복 60
달항아리 인연 61
달항아리 공감 62
제4부 낮추어야 머무는
달항아리 여백 65
달항아리 좌선 66
달항아리 변주 67
달항아리 품위 68
달항아리 관조 69
달항아리 욕심 70
달항아리 술독 71
달항아리 중용 72
달항아리 합일 73
달항아리 도량 74
달항아리 격조 75
달항아리 장독 76
달항아리 청빈 77
달항아리 물독 78
달항아리 선비정신 79
달항아리 어기 80
제5부 다시 숨 쉬는 고요
달항아리 숨결 83
달항아리 회귀 84
달항아리 영원 85
달항아리 파란 86
달항아리 눈꽃 87
달항아리 새벽 88
달항아리 맨살 89
달항아리 소망 90
달항아리 만월 91
달항아리 독락 92
달항아리 적요 93
달항아리 꿈 94
달항아리 핏줄 95
달항아리 궁리 96
달항아리 설일 97
해설 / 불꽃처럼 타오르는 영원의 흰 빛_유성호 98
남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