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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 플랜더스
문학동네 | 부모님 |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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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난파를 당한 후 표착한 무인도에서 28년간 끈질기게 살아남은 선원의 이야기 『로빈슨 크루소』(1719)로 세계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대니얼 디포(1660~1731). 영국 역사상 최대의 격동기를 살면서 사업가이자 정치 논객, 언론인으로 활약하며 엄청난 양의 글을 써낸 그는 소설이라는 장르를 정립하고 발전시킨 선구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그런 그가 1722년에 발표한 『몰 플랜더스』에서는 세상 풍파에 시달리면서도 꿋꿋이 살아남은 여성 주인공을 그렸다. 감옥에서 태어나 하녀, 정부, 매춘부, 소매치기, 좀도둑 생활을 전전하다 유배형을 선고받아 영국령 식민지 버지니아로 건너가 살아가는, 몰 플랜더스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린 악한소설이자 허구적인 범죄자 자서전이다. 먹고살기 위해서라면 거듭되는 결혼, 매춘, 절도를 불사하며 위기를 타개해온 몰이 노년에 이르러 자신의 죄 많은 과거를 생생하고 솔직하게 회고하는 식으로 서술된다.

의지할 데 없는 밑바닥 여성이 갖은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헤쳐나가는 모습을 그려나가는 가운데, 여성을 억압하고 예속하는 시대 풍조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까지 담아낸다. 그런 만큼 이 작품은 훗날 재발견되어 “몰은 여권운동가들이 수호성인으로 여겨야 할 인물”이라 언급한 버지니아 울프를 비롯해 많은 이에게 감명을 주었으며 영화와 드라마로도 꾸준히 만들어져왔다. 실제 인물의 회고록이라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현실감 있는 서사가 펼쳐지는 『몰 플랜더스』는 사실주의 소설의 효시로 꼽히며 디포를 ‘영국소설의 아버지’로 자리매김시켰다.

  출판사 리뷰

★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책 1001권 ★ 2009년 가디언 ‘모두의 필독 소설’ 1000권
★ 2015년 BBC ‘위대한 영국소설’ 100권
★ 1965·1996 영화, 1996 드라마 〈몰 플랜더스〉 원작소설

디포의 다사다난한 인생 경험을 녹여낸 야심작
악한소설과 허구적인 범죄자 자서전의 절묘한 이중주


디포는 청교도혁명 이후 공화정 체제가 지속되다가 찰스 2세가 왕정을 회복한 1660년에 태어났다. 어린 시절 런던 대역병과 대화재라는 재앙을 마주했을 뿐만 아니라 정치·종교·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변화가 잇따른 격변기를 겪었다. 비주류인 비국교도(장로교도)로서 목사 수업을 받다가 그만두고 양말과 메리야스 도매상을 시작한 이래 벽돌과 타일 공장을 설립해 운영하는가 하면 해상 교역에도 관여하는 등, 영국의 산업 발전과 식민지 건설에 발맞춰 야심차게 경제활동을 벌인 사업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디포 스스로 “나보다 더 많은 운명의 변화를 겪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열세 번이나 부자였다가 가난해졌다”라고 말했듯 수차례 사업에 실패해 큰 빚을 지고 평생 고생했다. 사업보다는 글쓰기에 더 재능을 드러내며, 교회와 국가의 위선을 거침없이 풍자한 정치 팸플릿 작가로 활약하면서 대중의 호응을 얻었다. 명예혁명을 통해 즉위한 네덜란드 출신의 국왕 윌리엄 3세를 옹호한 『순수 혈통의 영국인』(1701)으로 이름을 알린 후 『비국교도를 다루는 지름길』을 통해 영국국교회(성공회)를 모독했다는 혐의로 1703년 뉴게이트 감옥에 투옥되고 형틀을 쓴 모습이 공개되는 고초를 겪으며 유명세를 치른다.
뉴게이트 감옥은 바로 『몰 플랜더스』의 주인공이 태어난 장소이자 평생 두려워하며 피해왔으나 결국 갇히게 되는 장소인데, 그후로도 디포는 채무로 인해 그곳에 여러 차례 투옥되곤 했다. 특히 1713년 이후 총 열여덟 달의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접한 도둑, 해적, 노상강도, 위폐범에게서 갖가지 범죄자가 등장하는 『몰 플랜더스』의 소재를 얻게 된다. 정기간행물 〈리뷰〉(1704~1713)를 창간해 거의 홀로 집필하며 언론활동을 벌인 디포답게 뉴게이트 감옥에 투옥된 범죄자를 여럿 취재하고 전설적인 대도와 강도의 전기를 집필함으로써 사회 밑바닥 계층의 험난한 삶과 위기 속 인간의 생존 본능을 실감나게 그려낸 『몰 플랜더스』 창작의 토대를 마련했다. 뉴게이트 감옥에 수감되었던 여자 소매치기 몰 킹, 미모의 여자로 남장을 하고 다니며 범죄 행각을 벌인 일명 ‘지갑 따내기 명수 몰’ 메리 프리스 등 당시 악명 높았던 인물들에게서 영감을 받기도 했다. 이렇듯 자신의 수감생활과 실제 범죄자들에게서 얻어낸 소재와 더불어, 우여곡절 많은 삶에서 체득한 풍부한 경험과 통찰에 기반해 매력적인 여성 악한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몰 플랜더스』를 탄생시켰다.

“도둑질을 하지 않도록 제게 가난을 주지 마옵소서”
궁핍과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끈질긴 생존 투쟁


절도죄로 뉴게이트 감옥에 갇힌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몰은 어머니가 유배형을 선고받아 식민지로 떠나자 고아로 남겨진다. 여기저기 떠돌다 콜체스터시의 자비로운 보모에게 받아들여져 읽기와 바느질을 배우며 장차 자립해서 살기를 꿈꾸지만 보모가 사망하자 귀부인 가정에서 하녀로 일한다. 몰은 이 가정의 장남에게 유혹당해 유산을 물려받으면 결혼하자는 약속을 믿고 관계를 맺으나 결국 기만당해 버림받고, 그의 남동생 로빈과 결혼하지만 남편이 5년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매너 좋고 부유해 보이는 포목상과 두번째로 결혼하는데 남편이 낭비벽으로 파산하고 프랑스로 도망치는 바람에 몰은 남편이 있으면서도 없는 애매한 처지에 놓인다. 그후로 몰은 런던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해 버지니아로 함께 이주하는데 시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어머니가 친어머니이고 남편이 남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동생과 결혼해 아이까지 낳았다는 데 엄청난 충격을 받은 몰은 가족을 떠나 혼자서 영국으로 돌아온다. 서로 부자인 줄 알고 결혼했으나 쌍방 사기임이 판명되어 합의하에 제미(‘랭커셔 남편’)와 헤어진 몰은, 그전부터 연을 유지해온 은행원과 결혼하지만 그가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은 일로 충격받아 사망하자 차츰 재산을 까먹고 가난한 처지에 내몰린다. 절박한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도둑질을 시작한 몰은 갖가지 기술을 발휘하며 요행히 발각되지 않고 수년간 생계를 이어간다. 거듭된 범죄 행각 끝에 결국 체포되어 뉴게이트 감옥에 투옥된 몰은 절망에 빠져 있는 와중에 전남편들 중 진정으로 사랑했던 제미와 극적으로 재회하는데……

여성에게 부당한 현실에 맞선 선구적 페미니스트
자기 운명의 당당한 개척자 ‘몰 플랜더스’


50대가 되어서야 픽션을 집필하기 시작한 디포는 『로빈슨 크루소』의 대성공으로 고무받은데다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의지도 발휘해 소설 창작에 더욱 몰두하는데, 1720년 이후 정력적으로 쏟아낸 작품들 중 하나가 『몰 플랜더스』다. 당시 유행하던 문학 양식으로 사회 밑바닥 인물들이 등장하는 ‘악한소설’과 ‘허구적인 범죄자 자서전’을 절묘히 결합해 집필된 이 소설은, 『로빈슨 크루소』와 유사하게 주인공의 타락과 회개, 신의 섭리와 죄의 자각, 영적 각성, 영혼의 재탄생과 보상이라는 패턴을 보인다는 점에서 역시 당시에 인기를 끈 ‘영적 자서전’의 특징을 띠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당시 대중적이었던 문학 양식의 영향을 흡수하긴 했으나, 경직된 도덕 체계에 거침없이 도전하며 불리한 여건을 딛고 자립하는 여성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몰 플랜더스』는 도발적이고 획기적이다.
일찍이 여성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등 여성 문제에서 앞서나간 면모를 보인 디포는 『몰 플랜더스』에서 온갖 불리한 악조건에 내몰린 여성의 현실을 예리하게 그려냈다. 여성을 부당하게 억압하는 결혼 제도, 사랑하지 않아도 집안 배경과 재력만 보고 결혼을 하는 배금주의 풍조, 여성은 남편의 사망과 도주로 인해 홀로 남더라도 재혼하기 어렵다는 문제 등이 몰의 신랄한 발언을 통해 두루 거론된다. 몰이 은행원 남편과 사별하고 재산이 바닥나자 매춘과 절도로 생계를 이어가는 대목에서는 여성에게 더욱 가혹하고 열악한 실상이 낱낱이 드러난다. 몰이 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생활비를 꼼꼼하고도 강박적으로 헤아리는 모습도 인상적인데, 이는 사업 실패와 채무로 평생 골머리를 썩였기에 돈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디포의 삶을 떠올리게도 한다.
주인공 몰에 특히 주목한 소설가이자 문학비평가 E. M. 포스터는 비평서 『소설의 이해』에서 생동감 있고 입체적으로 구현된 몰이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을지언정 문학적으로는 불멸할 인물이라 극찬하면서 『몰 플랜더스』는 『로빈슨 크루소』와 함께 “소설의 원형을 만든 걸작”이라고 평했다. 이 소설은 역사 기록으로서의 가치도 지닌다. 몰의 변화무쌍한 인생행로를 따라가다보면 영국과 식민지 각계각층 사람들의 생활상, 빈곤과 불평등으로 인한 범죄, 도덕적 타락과 성적 문란이 만연하던 당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 사실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부와 신분 상승을 열망해온 몰은 특유의 행동력과 기지로 기어이 행복한 결말을 맞는 입지전적이고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그토록 두려워하던 뉴게이트 감옥에 갇히고 나서야 회개하고, 여러 번의 결혼을 통해 낳은 열두 명의 자녀를 버렸다는 점에서 독자의 반감을 살 만한 인물이기도 하다. 디포는 몰의 솔직한 고백과 회개를 통해 도덕적 교훈을 주고 싶어했지만 몰이 진정으로 회개했다고 볼 수 있을지 이 인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독자에 따라 의견이 갈릴 것이다. 이처럼 논쟁적이지만 주인공의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300년이 훌쩍 넘도록 독자를 매료해온 『몰 플랜더스』는 1965년 킴 노박 주연의 코미디 영화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으며, 기본 설정을 두고 대폭 각색한 것인 특징인 로빈 라이트, 모건 프리먼 주연의 영화로 재탄생해 1996년 공개되기도 했다. 알렉스 킹스턴과 대니얼 크레이그가 각각 몰과 제미로 분한 드라마도 1996년 방영되어 원작소설에 대한 관심을 더욱 배가시켰다. 자립적인 여성상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며 마르지 않는 영감의 원천이 된 『몰 플랜더스』는 주로 『로빈슨 크루소』로 알려져 있는 작가 대니얼 디포의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소설로 독자에게 다가갈 것이다.




뉴게이트 감옥에서 태어나 육십여 년에 걸친 파란만장한 생애 동안 어린 시절을 제외한다면 십이 년은 매춘부로, 다섯 번은 남편의 아내로(그중 한 번은 친동생의 아내였다), 십이 년은 절도범으로, 팔 년은 버지니아의 중범죄 유형수로 살았으며, 마침내 부자가 되어 정직하게 살다 회개자로 삶을 마쳤다.

“하지만 베티에겐 딱 한 가지 부족한 게 있는데, 그로써 모든 것이 부족한 것이나 마찬가지지. 요즘은 결혼 시장이 우리 여자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어. 말하자면 어떤 아가씨가 미모, 좋은 가문, 훌륭한 가정교육, 위트, 양식, 예의범절, 겸손함 등을 다 갖추고 있다고 해도, 아니 최대한 많이 갖추고 있다고 해도, 돈 한푼 없는 빈털터리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라는 거지. 앞에서 말한 모든 덕목이 하나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요새는 오로지 돈만이 여자의 추천장이야. 이익은 몽땅 남자가 다 차지하고.”

  작가 소개

지은이 : 다니엘 디포
1660년 영국 런던에서 비국교도인 청교도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찰스 모턴 경이 운영한 뉴잉턴 그린의 학교에서 상업과 외국어 등 폭넓은 교육을 받았다. 목회자가 되려다가 무역업을 택했으나 파산과 투옥 등 사업에서 여러 부침을 겪는다. 그러나 사업상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견문을 넓힌 덕분에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701년 네덜란드계 국왕에 대한 국민의 편견을 공격한 풍자 시집 《순수한 영국인》을 발표하고, 이듬해 아이러니 기법을 이용해 비국교도이면서도 마치 국교도를 옹호하는 듯이 저술한 《비국교도를 없애는 지름길》이라는 시사적 저작을 출간했다. 이 작품 때문에 필화를 당해 감금되기도 했다. 옥중에서 주간지 출판 계획을 세우고, 훗날 수상이 되는 토리당의 R. 할레이의 도움을 받아 출옥한 후 열성적으로 그의 일을 도왔다. 1704년부터 주간지 《리뷰》를 간행했고, 저널리스트이자 정치가로서 활약하는 한편 문필가로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1719년 60세 가까운 나이에 출간한 대표작 《로빈슨 크루소》는 초판이 출간되자마자 큰 인기를 누리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인기에 힘입어 그해 8월 속편과 이듬해 후속편이 출간되었다. 1731년 소유지가 법적 분규에 휘말리자 채무자들을 피해 다니다가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목차

서문 _7
유명한 몰 플랜더스의 행운과 불운 및 기타 이야기 _17

해설 | 밑바닥 여성의 굴레와 생존 투쟁 _513
대니얼 디포 연보 _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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