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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방에 내가 없다
작가의집 | 부모님 | 202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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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평범한 여덟 여성이 '가방'이라는 사물을 단서로 잃어버린 자신을 다시 찾아간 9개월의 기록이다. 산부인과 전문의, 13년 차 공무원, 13년을 일하고 퇴사한 워킹맘, 영어학원 원장이자 한자 글쓰기 작가, 원예 강사, 자폐 아이를 키우는 검진센터 직원, 디자이너 출신의 늦깎이 작가, 결혼 17년 차 워킹맘 2년 차. 직업도 사연도 사는 곳도 다른 여덟 사람은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 스토리'에서 만나 한 권의 책으로 묶이기까지 함께 읽고 함께 고치는 시간을 거쳤다.

가방 안에는 아이의 학원 교재와 간식, 가족의 약, 빛바랜 영수증과 구겨진 휴지만 빼곡했다. 정작 내 립스틱 한 자루, 거울 한 장, 눈물 닦을 마른 휴지 한 장이 사라진 줄도 몰랐다. 딸로,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 직장인으로 살아오는 동안 가방은 무엇으로 채워졌고 또 무엇을 잃었을까.

이 책은 그 빈자리를 정면으로 들여다본 사람들의 이야기다. 1부 〈열어 보다〉에서는 그동안 외면해 왔던 가방의 안쪽과 마주한다. 새벽마다 수건으로 프린터를 덮어 놓고 교구를 만들던 손, 십 년 넘게 같은 보라색 나일론 가방만 들고 다니던 친정엄마, 첫 월급으로 산 명품 가방의 거대한 포장, 산부인과 의사의 가방 속에서 끝내 발견되지 않던 거울 하나. 2부 〈다시 담다〉에서는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채워야 할지를 천천히 결정해 간다.

책은 가르치지 않는다. 다그치거나 위로하려 들지도 않는다. 그저 옆자리에 앉아 "나도 그랬어"라고 말을 건넬 뿐이다. 그 담담한 목소리에 독자는 문득 자신의 가방 지퍼를 열어 보게 된다. 엄마라는 이름 뒤로 한참 밀려나 있던 나를, 이제 다시 가방 안에 넣고 싶은 모든 이에게 권한다.

  출판사 리뷰

평생 일이라곤 글쓰기로 평가받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 옆에 '작가'라는 두 글자를 새기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다. 브런치 스토리라는 작은 출구를 통해 자신을 한 줄씩 옮기던 여덟 사람이 1년에 가까운 시간 한 권의 책으로 묶이는 동안, 그들이 마주한 것은 단순한 마감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다. 작가의집은 이들이 처음으로 자신의 가방을 정면으로 들여다본 9개월의 시간이 한국의 수많은 평범한 여성들에게 한 장의 거울처럼 닿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 가방에 내가 없다』가 특별한 이유는, 누구도 자신이 멋지게 살아왔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산부인과 의사도 새벽 세 시 당직실에서 남편에게 울며 전화를 걸고, 13년 차 공무원도 분유에 구연산 물을 타 먹인 자신을 떨며 마주한다. 늦깎이 원예 강사는 수업 평가 한마디에 무너지고, 자폐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가족관계증명서 한 장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선다. 누구도 모범 답안을 내놓지 않는다. 잘 살았다고 자랑하지 않고, 잘 살아내라고 다그치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비로소 위로의 자격을 갖는다.

가방은 단지 사물이 아니다. 어떤 가방을 들고 그 안에 무엇을 넣을지 선택하는 일은, 결국 어떻게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1부 〈열어 보다〉는 오랫동안 외면해 온 가방의 안쪽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2부 〈다시 담다〉에서는 비워 낸 그 자리에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넣는다. 새벽 글쓰기에서 만나 우정과 신뢰로 묶인 여덟 사람의 9개월은, 한 사람의 회복이 어떻게 또 다른 사람의 회복으로 번져 가는지를 보여 주는 살아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엄마이기 이전에 한 여자였고, 누구의 무엇이기 이전에 자신이었던 모든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매일 아침 가방의 지퍼를 닫기 전, 잠시 멈춰 한 권의 책을 그 안에 넣어 두시기를.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즈음, 너무 오래 잊고 살았던 자기 이름 석 자도 함께 가만히 넣어 두시기를. 부족함을 알면서도 끝까지 함께 걸어온 여덟 사람의 발자국이, 이제는 당신의 가방 안에서 작은 빛으로 함께 흔들릴 것이다.




분주한 아침, 출근 준비를 하다가 거울 속 나와 눈이 마주쳤다. 화장기 하나 없어 창백한 얼굴에 급히 립스틱을 찾는다. 가방에 손을 넣고 뒤적였지만 잡히는 게 없다. 가방 안 물건을 모두 꺼내 뒤집어 털어본다. 빛바랜 영수증, 구겨진 휴지 조각이 쏟아져 나온다. 비어 있는 가방. 립스틱이 없다. 괜히 입술을 꽉 문다.
— 가방을 열어본다

가방을 뒤적거려 보지만 눈물을 닦을 만한 것이 없었다. 물티슈와 소독 티슈까지 챙겼는데 고작 내 눈물 하나 닦을 마른 휴지 한 장이 없다니. 들키기 싫어 흐르게 둔 눈물이 손등 위로 떨어졌다. 괜한 손등만 문지른다. 아이에게 꿈을 가지고 살라고 말하면서 정작 그러지 못하는 엄마임을 숨기고 싶어서.
— 눈물 닦을 휴지가 없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태이
13년 차 공무원이자 두 아이의 엄마. 낮에는 업무의 완벽함 속에서 성취를 느끼지만, 아이를 키우는 삶에서만큼은 완벽이 좀처럼 설 자리를 찾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학창 시절 모든 시험을 10회독으로 통과하던 성실함이 때로는 자신과 아이를 함께 옭아매는 족쇄가 된다는 것을 깨달은 뒤, 글쓰기와 독서, 요가로 마음의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고 있다. 멀리 보면 막막하지만 발끝만 보며 한 걸음씩 떼면 어느 순간 도착해 있다는 것을 믿는다. 저서로 『처세 9단의 다정한 철학』, 『떡볶이를 사랑하지 않기로 했어』가 있다.

지은이 : 조서연
검진센터에서 일하며 자폐를 가진 아이를 키운다. 엄마로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자주 자신을 잃었고, 글을 쓰며 그때그때의 감정과 생각을 한 줄씩 기록해 왔다. 연말정산 서류 사이에서 꺼낸 가족관계증명서의 짧은 한 줄 안에 인생의 모든 변화가 담겨 있음을 깨달은 뒤, 자신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아이를 품으며 다시 태어난 것임을 가만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완벽하지 않은 하루와 흔들리는 마음, 그리고 잊고 지냈던 자신을 다시 마주하며 조금씩 회복해 가는 과정을 글에 담고 싶었다. 저서로 『나는 너를 안고 어른이 되었다』가 있다.

지은이 : 권지연
13년간 한 회사에서 워킹맘으로 달려오다 어느 날 문득 가방 속에 자신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퇴사를 선택했다. 18년 동안 자신을 증명해 주던 사원증과 명함이 베란다 박스 속에서 길을 잃을 때, 비로소 '나는 누구인가'라는 오래된 질문 앞에 다시 섰다. 완벽해야 한다는 기준을 하루에 하나씩 내려놓으며, 하천 길을 따라 걷는 걸음 사이로 '나다운 삶'의 부피를 천천히 늘려 가는 중이다.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들의 보폭에 맞춰 걷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자신만의 호흡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며 더 깊은 어른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

지은이 : 김순이
영어학원을 운영하며, 한자를 주제로 글을 쓴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으나, 정작 가장 많이 배우는 사람은 오히려 자신인 경우가 더 많다. 27층에 사는 명품을 두른 옆집 엄마와 자신을 끝없이 비교하며 면봉 한 박스마저 가장 좋은 것으로 골라 채워 넣던 초보 엄마의 시간을 지나, 가방에 정말 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천천히 알아가고 있다. 그 배움의 과정은 한 줄 한 줄 글의 소재가 되고, 또 삶의 자양분이 된다. 그렇게 조금씩 성장하여 어제보다 조금 더 유연한 '진짜 어른'이 되기를 매일 소망하며 오늘도 책상 앞에 앉는다.

지은이 : 김태희
하루에도 수십 명 여성의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며 살아가는 산부인과 전문의. 인턴 수련 직후 3년의 전업주부 시절을 보내고 다시 전공의로 복귀한 워킹맘의 시간을 통과했다. 정작 자신의 속은 제대로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새벽 세 시 당직실에서 남편에게 울며 전화를 걸던 그날과, 마흔 번째 생일 케이크 위에 단 하나만 꽂아 두었던 초를 함께 기억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비로소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된 마흔 이후, 이제는 누군가의 거울이 되어 줄 수 있는 이야기를 천천히 건네고 싶다. 가방을 열 때마다 자기 안의 또 다른 작은 '나'를 만나는 사람이 되었다.

지은이 : 양혜진
아이를 키우며 틈틈이 일구어 온 취향이 어느덧 삶의 중심이 되었다. 현재는 원예 강사로 활동하며 그림책과 꽃을 매개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수업을 이어 가고 있다. 16년을 함께 동행한 낡은 가방 안에는 엄마로만 살았던 시간과 다시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 겹쳐 담겨 있다. 들쑥날쑥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빈틈마다 배움을 채워 넣고, 그 애씀을 삶을 지탱하는 즐거움이라 믿으며 오늘을 가꾼다. 모든 불편을 다 떠안을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늦게야 배워 가는 중이다. 저서로 『나를 안아주기에 늦은 시간은 없다』가 있다.

지은이 : 황별초
오랫동안 디자이너로 일하며 타인의 세상을 그려 왔다. 육아를 위해 잠시 멈췄던 그 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비로소 '나'라는 풍경을 발견하게 했다. 새벽 두 시 프린터 위에 두툼한 수건을 겹겹이 덮어 가며 아이의 교구를 만들던 그때,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은 점점 생기를 잃어 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한다. 이제는 매일 러닝으로 몸을 깨우고 정직한 글로 마음을 기록하며 나만의 자리를 천천히 되찾아가는 중이다. 언젠가 낯선 여행지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오직 나로 가득 채워진 삶을 꿈꾼다.

지은이 : 황영란
결혼 17년 차 워킹맘 2년 차. 두 아이를 한꺼번에 안아 길러 낸 '쌍디 엄마'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보낸 32일과 그 후로 이어진 잠 못 드는 밤들이 자신을 더 단단하게 빚어냈다고 믿는다. 인생을 바꾸고 싶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새벽 6시 종이 넘기는 소리만 잔잔히 흐르던 그 시간이 결국 자신을 다시 살게 했다. 하브루타 토론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고, 지금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독서와 토론, 그리고 글쓰기는 일과 관계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소통에서도 든든한 힘이 되어 주고 있다.

  목차

추천사│4
작가 소개│10

1부 열어보다


김태희│김수다
가방을 열어본다│21
나의 이름은│23
동화책을 펼치면│26
애정의 저울│29
포장은 클수록 좋다│32
기저귀는 부피가 컸다│35
거울도 안 보는 여자│39
엄마의 보라색 가방│42
눈물 닦을 휴지가 없었다│45
4시 44분│48

황별초│한빛나
경이로운 무게│53
환한 문틈 사이, 엄마의 숨 고르기│57
수건으로 덮어버린 프린터│60
그네를 밀지 않기로 한 날│65
엄마도 누군가의 딸이니까│69
나의 이름을 되찾는 시간│73
내 가방에, 이제는 나를 넣는다│77

양혜진│바람꽃
기저귀에서 노트북까지│81
계산기엔 안 뜨는 값│85
그때의 나에게, 오늘의 내가│89
족욕기와 거리두기│93
힐링이라는 말 뒤에서│98
연주는 아이가 했고, 욕심은 내가 했다│101
가장 먼저, 나를 넣는다│106

김태이│다정한 태쁘
가방을 들지 않는다│110
고비│112
10회독│116
레벨테스트│119
깁스│122
선택│125
장작과 꿈│128
세 잎 클로버│131
적화│134

2부 다시 담다

김순이│따름
웃픈 비장함│139
버터처럼 부드럽게│143
엄마 마중│148
진짜 어른│153
비포장도로│157
나의 진심│161
낡은 가방│165

황영란│새봄
역할 속에서 묻힌 나│170
삼킨 한마디│174
친정엄마와 냉장고│177
7+17=24│180
로또로 시작된 변화│183
쌍디 엄마│186
엄마와 나 사이│190
나를 일으켜 세운 것│193
나를 다시 사랑하기로 했다│196

조서연│아델린
이름을 품은 첫 가방│200
엄마라는 이름 앞에서│203
우리는 같은 가방을 들고 있었다│207
비워진 자리에서│210
초라함을 비추던 유리창│213
나는 왜 나에게만 엄격했을까│216
어른의 말 그릇│219
아무도 부르지 않는 시간│222
두 번째 삶을 건네받다│225
오늘을 건너는 마음│228

권지연│지혜여니
아침, 나를 잃다│232
사랑, 나를 내려놓다│236
얼굴, 나를 마주하다│240
돌봄, 나를 되찾다│243
공간, 나를 앉히다│246
취향, 나를 깨우다│249
마음, 내가 돌아오다│253

에필로그│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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