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피터 라인보우의 이 신기원을 이룬 역사서는 자본주의의 부상을 이해하는 데 빠뜨릴 수 없는 저작이 되었다. 이 놀라운 책은 18세기 런던이라는 시공간적 배경을 중심으로 자본주의의 발흥기에 일어난 계급투쟁과 그것의 함의를 면밀하게 살핀다. 18세기 런던에서 교수형이라는 스펙터클은 단순히 범법자를 처벌하는 형식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분명 특권을 누리는 지배계급을 위해 런던의 빈민 인구로 하여금 관습적 권리의 범죄화와 새로운 형태의 사유재산을 받아들이도록 강제하는 더욱 음흉한 목적에 복무했다.
저자는 18세기 런던에서 교수형에 처해진 사람들의 삶과 노동, 죽음을 살펴본다. 대부분 도시의 빈자였던 이 사람들은 너무 가난해져 살기 위해 도둑질을 하고 봉기를 일으켰고, 이것은 당시의 지배 질서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의 핵심 논지는 첫째, 자본주의적 관계와 연관된 착취 형태들이 범죄 활동을 유발하거나 변형했다는 것, 그리고 둘째, 그 역도 사실이라는 것이다. 라인보우는 희대의 탈옥수 잭 셰퍼드, 노상강도, 선원, 방직공, 아일랜드인, 여성 노동자, 노예와 식민지의 피억압자들을 따라가며, ‘산 노동에 대한 조직적인 살인’인 사형(capital punishment)과 ‘산 노동에 대한 죽은 노동의 억압’인 자본의 처벌(punishment of capital) 사이의 관계를 드러낸다.
라인보우는 타이번(18세기 런던의 교수대가 있던 곳)에서 희생당한 이들을 단순한 범죄자도 무기력한 제물도 아닌 역사를 변화시키는 세력으로 이해한다. 런던의 ‘범죄’ 인구와 빈민 인구는 사실상 구별하기 어려웠으며 이들은 모두 런던 노동 인구의 일부로서 노동을 하고 자신의 에너지를 지출하여 18세기 런던을 건설했다. 이들의 투쟁은 통치자들이 선제적인 조치를 하도록 자극했고, 이로부터 투쟁, 선제적 조치, 대응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변증법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시각은 저자가 자신의 스승인 E.P. 톰슨으로부터 계승하는 것이자 이 책 전체를 틀 짓는 뼈대다.
출판사 리뷰
목이 만든 역사를 쓰다
2015년 6월 15일 빅토리아 시대에 지어진 링컨성 감옥에서 열린 강연에서 라인보우는 자신의 스승인 E. P. 톰슨, 그리고 『미국 민중사』의 저자 하워드 진 같은 역사가들의 작업으로 널리 알려진 ‘아래로부터의 역사’라는 표현 대신 자신은 ‘목이 만든 역사’(history by the neck)를 더 선호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아래로부터’라는 표현에 높이의 위계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왕은 높은 왕좌에 앉는다. 판사는 높은 법대에 앉는다. 장교는 높은 말 위에 오른다. 폭격수는 하늘에 있다. 라인보우는 이런 높이의 감각이 우리의 언어와 사고를 감염시킨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아래”가 아니라 “목”의 역사를 쓰려 한다.(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4MGysaazxZ0)
그의 첫 책 『목매달린 자들의 런던』(원서 초판 출간년도는 1991년)은 바로 그런 작업이었다. 2025년에 『목매달린 자들의 런던』 한국어판을 위해 보내준 지은이 서문에서 라인보우는 자신의 작업이 “배경은 런던, 시대는 18세기, 주제는 사형, 논제는 계급 투쟁”이며, “목”에서 출발했음을 다시 강조한다. 이때 “목”은 은유만이 아니다. 그것은 실제로 교수형당한 사람들의 목이다. 『목매달린 자들의 런던』에서 라인보우는 18세기 런던 타이번 교수대에서 목매달린 가난한 사람들을 연구했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잉글랜드인만 있지 않았다. 아일랜드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스코틀랜드인, 웨일스인이 있었고, 그들은 액자같이 생긴 삼각나무 교수대에 매달렸다. 라인보우의 시각에서 그들은 범죄자이기보다는 이후 노동계급이 될 프롤레타리아트의 일부였다. 그들의 삶과 죽음은 자본주의의 형성과 맞물려 있었다.
사형과 자본
라인보우는 책의 서문에서 사형을 뜻하는 영어 표현 ‘capital punishment’에 자본을 뜻하는 ‘capital’이 들어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형법과 형벌의 맥락에서 capital은 죽음을 뜻한다. 그래서 ‘capital punishment’는 국가가 법의 이름으로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형벌이다. 반면 경제학에서 capital은 축적된 부와 생산수단을 뜻한다. 하나는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부의 토대다. 라인보우는 이 모순적 결합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라인보우는 사형과 자본의 관계를 추적한다. 『목매달린 자들의 런던』은 산 노동에 대한 조직적인 살인인 사형(capital punishment)과 산 노동에 대한 죽은 노동의 억압인 자본의 처벌(punishment of capital)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책이다. 18세기 런던의 교수대는 새롭게 형성되는 자본주의적 재산 질서가 노동하는 빈자들에게 자신의 법을 각인시키는 현장이었다. 노동자들이 작업장과 부두와 배에서 관습적으로 “취했던” 생계 수단은 점차 절도와 범죄로 규정되었다.
라인보우는 또한 “죽음통치”(thanatocracy)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죽음통치란 생명을 빼앗을 수 있는 권력으로 통치하는 체제다. 라인보우에게 근대 법과 자유주의의 토대에는 사형의 권력이 놓여 있다. 그러나 그는 사형을 법률적 처벌로만 보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임금과 생계수단의 가치를 낮추고, 인간의 노동과 생명을 죽음에 가까운 상태로 몰아간다. 그런 점에서 18세기 타이번 교수대는 자본주의 바깥의 잔혹한 예외가 아니었다. 그것은 산 노동을 죽은 노동의 지배 아래 복속시키는 자본주의 형성기의 폭력적 언어였다.
밧줄 끝에 매달린 런던의 가난한 사람들
18세기 초 런던은 스스로 인구를 유지할 수 없는 도시였다. 사망이 출생을 훨씬 초과했다. 그래서 라인보우는 18세기 초 런던은 “살인마”였다고 본다. 런던은 도시로의 이주를 통해 유지되어야 했고 계속해서 사람을 빨아들였다. 농촌에서 밀려난 사람들, 아일랜드의 기근을 피해 온 사람들, 과부와 버림받은 아내와 미혼모들이 도시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타이번의 삼각 교수대에 매달렸다.
라인보우는 1703년부터 1772년까지 타이번 교수대에서 교수형에 처해진 남성과 여성 1,242명의 생애사를 분석한다. 이 1,242명의 생애사를 가능하게 한 자료는 18세기 정기간행물 『타이번에서 처형당한 악인의 품행과 고백 그리고 유언에 대한 뉴게이트 교회사의 이야기』에 실린 짧은 전기들이다. 이 정기간행물은 뉴게이트 감옥의 교회사(敎誨師), 즉 사형수에게 종교적 훈계를 하고 마지막 고백과 유언을 기록하던 성직자가 작성해 출간한 것이다. 이 전기들은 사형수의 죄목과 마지막 말만이 아니라 출신지, 직업, 도제살이, 가족관계, 이동 경로를 담고 있었다. 라인보우는 이를 교구 기록과 도제 기록 같은 다른 사료와 대조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교수형당한 사람들이 단지 “범죄자”가 아니라 런던의 노동하는 빈자였음을 밝혀냈다. 라인보우는 자신의 연구를 ‘타이번학’이라고 지칭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살았고, 왜 ‘범죄자’가 되었으며, 그들의 행위가 어떻게 지배 질서를 바꾸도록 압박했는지를 추적했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죄목으로 교수형을 당했을까? 몇몇 예를 들어보자. 시골 지역 크로이던에서 태어난 존 버튼은 런던에서 식사 제공 없이, 생계를 꾸리기에 턱없이 빠듯한 주당 4실링을 받고 일했다. 그는 모직 모자 두 개를 훔친 혐의로 교수형에 처해졌다. 1722년 3월 14일 일명 애플비, 또는 존 도우로 불린 제임스 애플턴은 가발 세 개를 훔친 혐의로 교수형에 처해졌다. 엘리자베스 폭스는 한 주택에서 9파운드와 포르투갈 동전 다섯 개를 훔친 혐의로 교수형에 처해졌다. 메리 더튼은 피커딜리에서 시계를 훔친 혐의로 1742년 교수형에 처해졌다. 메리 스탠포드는 손수건과 4기니를 소매치기한 혐의로 교수형에 처해졌다. 메리 화이트는 6펜스 상당의 앞치마를 훔친 혐의로 교수형에 처해졌다. 이 책을 빼곡히 채운 이 사례들을 읽다 보면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은 죄목의 크기와 형벌의 크기 사이의 압도적인 불균형이다. 18세기 런던의 법은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의 몸짓을 범죄로 만들었고, 이들을 교수대에 세웠다. 세인트 제임스의 가난한 여성 레베카 하트는 석탄을 훔쳤다. 치안판사 앞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부자를 강탈하는 빈자에게 죄는 없어요.”
교수형은 계급전쟁의 무기였다
E.P. 톰슨은 18세기를 “한편으로는 타이번, 감옥선, 브라이드웰(감옥)의 관점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범죄, 폭동, 폭민 행동의 관점에서 계급 전쟁이 벌어진 시기”라고 썼다. 교수형은 바로 이 계급 전쟁의 중심에 있었다. 18세기 런던의 노동하는 빈자들은 살기 위해 작업장에서, 부두에서, 배에서 제품이나 생산 재료를 ‘취했다.’ 이 ‘취하기’는 단순히 훔치는 것과는 다르며 생산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해당 물품을 전유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라인보우는 런던의 형사 재판관할권 기록 보관소와 중앙형사법원에서 발간된 『재판 기록』을 토대로 ‘취하기의 역사’를 이끌어낸다.
런던의 빈자들에게 절도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었다. 생존의 문제였다. 당시 노동계급은 먹고살기 충분한 임금을 받지 못했다. 일을 해도 생계를 꾸릴 수 없었던 이들은 배에 실린 통에서 담배를 ‘취해서’ 팔고 돈을 나눠 가졌다. 양복장이는 천을 ‘취하여’ ‘양배추’로 전유했다. 양배추는 옷감을 작업하다 발생한 자투리 천 조각들을 둥글게 모아 부수입으로 챙긴 것을 가리킨다. 보석상 하인은 가게 바닥을 쓸어 귀금속을 ‘취했다.’ 이 책에는 이러한 전유 행위와 전유된 물품을 가리키는 은어가 아주 다양하게 등장한다. 이러한 ‘취하기’는 작업장에 따라 허용된 것이거나 관습적인 것일 수 있었지만 늘 투쟁에 의해서만 창조되고 유지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취하기’는 늘 공격받거나 범죄화되면서 계급투쟁의 중심에 있었다. 바로 이러한 계급 전쟁에서 교수형은 단순히 범법자를 처벌하는 하나의 형식이 아니라 관습적 권리를 범죄화하고 ‘사유재산을 존중하라’는 교훈을 되풀이하는 극적인 장치였다.
책의 제목과 부제에 대하여
저자가 이 책의 제목을 ‘런던 교수형’(즉 지배 권력의 행사)이 아니라 ‘런던에서 교수형에 처해진 사람들’(이 책의 원제 The London Hanged를 옮기면 이런 뜻이 된다)로 지었다는 것은 그가 국가 권력보다는 목매달린 자들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푸코가 “대감금”의 시대로 표현했던 18세기를 계급적 시각에서 풍성하게 펼쳐 보인다. 물론 이 책에서 자세하게 서술되는 것처럼 노역소, 감옥, 공장, 배 등 다양한 감금 시설이 그 시기에 두드러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감금은 언제나 탈감금이라는 대항 실천을 불러일으켰다. 노동하는 빈자들은 갇혀 있기를 거부하고 탈출하며 지배 질서를 교란했다. 책의 1장에서 등장하는 탈출의 대가 잭 셰퍼드는 탈감금을 예증하는 인물이다.
한국에 이미 소개된 저자의 다른 책 『마그나카르타 선언 : 모두를 위한 자유권들과 커먼즈』(갈무리, 2012)는 중세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숲 공통장이 어떻게 민중의 안전망으로 작동했는지, 관습적으로 인정되던 그 권리(공통권)는 어떻게 공격받고 와해되고 다시 지켜졌는지, 즉 계급투쟁을 통해 산출되고 유지되었는지 보여준다. 잘 알려진 것처럼 그러한 전(前)산업 시대 공통장은 16세기에 본격적으로 진행된 인클로저를 통해 크게 사라지고 위축되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 중 하나는 다섯 가지 생산양식, 즉 수공업, 선대제, 매뉴팩처, 플랜테이션, 배(선박)를 중심으로 도시 작업장 공통장이 어떻게 노동하는 빈자들에 의해 창출되고 유지되었는가를 살피는 지점이다. ‘취하기’는 바로 그러한 도시 공통장을 만드는 활동을 가리키는 명칭이다. 이 활동은 보편적이지 않았으며 노동 과정에 따라, 지형에 따라 다양했고 상황적인 실천이었다. 그에 따라 이 ‘취하기’, 즉 관습적 전유는 임금이라는 경제적 언어로 환원될 수 없었으며 맥락에 따라 매우 다양한 언어로 불렸다. “양말하기” “쓸기” “럼프하기” “양배추” “쉐이킹” “럼보” “포킹” “토끼” “플러시” “블레싱” “잘라내기” “던지기” ... 이제는 거의 잊힌 이 다양한 단어들은 모두 특유의 상황에서 특유의 방식으로 이루어진 ‘취하기’를 가리킨다. 이렇게 취해진 것들은 임금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던 노동자들의 생계를 뒷받침했다는 점에서 이는 새로운 도시 작업장 공통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라인보우는 이것이 관습적인 권리였으며, 시골 공통장의 관습(공통권)과 어느 정도 유사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또한 그것은 태곳적부터 있던 권리가 아니며 살아 있는 투쟁에 의해서만 창출되고 유지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이것이 이 책의 부제를 ‘18세기 영국 노동계급 공통장의 죽음과 삶’이라고 붙인 이유다.
이 책의 현재적 의의
그렇다면 18세기 런던의 사형수를 다룬 이 책이 21세기 한국의 우리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의의는 이 책의 핵심 논지와 연결된다. 노동하는 빈자는 애처로운 역사의 제물만이 아니라 역사를 변화시키는 세력이라는 점, 즉 이들의 투쟁으로부터 지배 질서의 대응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변증법이 형성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18세기 목매달린 자들의 역사는 21세기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우리 역시 그들처럼 단지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피해자’나 ‘희생자’만이 아니라 역사를 이끄는 세력일 수 있다고 계속해서 우리에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도 정치의 진부함에 신물이 난 독자들에게 다른 정치와 역사의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다.
두 번째 의의는 이 책이 공통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는 데 있다. 이미 많은 연구자들이 잘 보여준 것처럼 공통장은 고정된 사물이 아니며 우리의 존재론적 조건으로서 늘 새롭게 창출된다. 이 책은 그동안 잘 알려졌던 자연자원 공통장과는 다르게 산업도시에서 어떻게 비화폐적인 방식의 공통장이 만들어졌고 기능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이 책이 보여주는 도시 공통장은 중세 장원의 공통장이 그랬듯 사라졌지만, 18세기 런던이라는 구체적인 시공간에서 그랬던 것처럼 공통장은 늘 새롭게 구성된다는 사실 자체를 이 책은 매우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를 쫓아 21세기 우리의 도시에서도 새로운 공통장을 이야기할 수 있고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책의 구성
이 책은 18세기 런던의 교수형을 네 개의 시기로 나누어 살핀다. 첫 번째 시기는 금융 자본주의가 부상하던 1690~1720년이다. 여기서는 잭 셰퍼드의 탈출, 로크의 주권론, 타이번 교수대의 사회학이 다뤄진다. 두 번째 시기는 중상주의가 강화되던 1720~1750년이다. 이 시기에는 노상강도, 선원, 양말하기, 통, 소비세 같은 문제를 통해 상업과 범죄화, 교수대의 관계가 드러난다. 세 번째 시기는 매뉴팩처가 확대되던 1750~1776년이다. 라인보우는 이 시기 런던의 다양한 직종을 따라간다. 푸주한, 하인, 제화공, 방직공, 석탄 운반부, 아일랜드 이주민 등이 등장한다. 이들은 단순한 범죄자가 아니라 작업장과 거리, 부두와 시장에서 생계를 만들던 노동하는 빈자들이었다. 이들이 관습적으로 취하던 작은 몫은 점차 절도와 범죄로 불리게 된다. 마지막 시기는 혁명과 기계의 시대인 1776~1800년이다. 여기서는 고든 폭동, 뉴게이트 감옥 구출, 맨스필드 경의 집 공격, 배와 기술적 억압, 설탕 무역과 경찰의 형성이 다뤄진다. 잭 셰퍼드의 개인적 탈출은 뉴게이트에서 수백 명이 풀려나는 집단적 탈감금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교수형 중심의 죽음통치는 점차 감옥, 경찰, 노동 훈육, 기계적 통제로 바뀌어 간다. 라인보우는 이 네 시기를 통해 자본주의의 형성이 단지 부의 축적이 아니라 노동하는 빈자들의 삶, 전유, 저항, 처벌의 역사였음을 보여준다.
교수형 체제와 ‘공통장’(the commons)은 어떤 관계에 있는가? 그것은 재산의 의미와 관련이 있었다. 가치는 윤리적 개념일 수 있고, 경제적 개념일 수도 있다. 경제적으로 가치는 화폐로 표현되는 가격으로 나타난다. 윤리적으로 가치는 도덕과 관련이 있으며 종교와 겹친다. 따라서 가치의 핵심에 모순이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건 공통장뿐이다.
―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잭은 “현금”을 발견하고 놀랐고, 우리는 그가 “양배추”를 기대했다는 것에 놀란다. [잭을 포함한 당시 런던 민중들에게] 상자에 담긴 부는 화폐가 아니라 “양배추”(다양한 정의를 가진 기술적 용어지만 양복장이의 노동의 부산물을 가리킨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 1장 “온 나라의 공통 화제” : 잭 셰퍼드와 탈출의 기예
셰퍼드는 세 시간도 안 돼서 빠져나왔다. 그는 꼭대기 층에 갇혀 있었다. 그는 천장을 뚫고 지붕의 타일을 떼고 시트와 담요를 이용해 교회 마당으로 내려왔고 담벼락을 타고 올라가서 지붕 타일이 떨어지는 광경에 모여든 인파 속에 합류했다. 1724년 4월의 일이었다. 그때부터 11월 말까지 그의 탈출 무용담은 불어났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대담함과 기민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되었다. 4월에도 그의 재능은 일부 드러났다. 그의 솜씨는 이미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고 “교활한 기능공”의 마법을 구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 1장 “온 나라의 공통 화제” : 잭 셰퍼드와 탈출의 기예
작가 소개
지은이 : 피터 라인보우
저명한 영국 역사가 E.P. 톰슨의 학생이었던 미국의 역사가 라인보우는 영국과 미국, 독일, 파키스탄 등에서 공부했고, 1975년에 워릭 대학에서 영국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로체스터 대학, 뉴욕 대학, 매사추세츠-보스턴 대학, 하버드 대학, 터프츠 대학 등에서 강의, 1994년부터 2014년까지 톨레도 대학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하였다. 또한 『제로워크』 편집자였으며 <미드나잇 노츠 컬렉티브>의 회원이었다. 영국사, 아일랜드사, 노동사, 식민지 대서양 역사 분야에서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내며 공통장 commons을 연구하는 그는 E. P. 톰슨, 더그 헤이와 함께 18세기 영국의 범죄와 사회를 다룬 책 『대영제국의 치명적 나무』(Albion’s Fatal Tree, 1975)를 엮었다.저서로 18세기 영국의 사형제도와 범죄의 역사 『런던 교수형』(The London Hanged, 1991), 다중의 반란과 저항의 숨겨진 역사 『히드라』(The Many-Headed Hydra, 공저, 2001; 갈무리, 2008), 마그나카르타 이외에 또 하나의 헌장인 <삼림헌장>을 밝혀낸 『마그나카르타 선언』 (The Magna Carta Manifesto, 2008; 갈무리, 2012), 공통장, 인클로저, 저항의 역사 『멈춰라, 도둑!』(Stop, Thief!, 2014; 갈무리, 근간), 메이데이의 녹색과 붉은색 기원을 추적한 『메이데이』(The Incomplete, True, Authentic, and Wonderful History of May Day, 2016; 갈무리, 2020), 공유지 사유화에 맞선 지하 활동가 네트워크의 역사를 복원한 『뜨겁게 불타는 붉은 심연』(Red Hot Globe Round Burning, 2019) 등이 있다. 매체 『카운터펀치』(CounterPunch), 『뉴레프트리뷰』(New Left Review), 『급진적 역사 리뷰』(Radical History Review) 등에 수십 편의 논문과 아티클을 발표했다.
목차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 8
2판 서문 / 13
서론 / 15
1부 만마전과 금융 자본주의, 1690~1720 / 29
1장 “온 나라의 공통 화제” : 잭 셰퍼드와 탈출의 기예 / 33
2장 “늙은 피투성이 씨”와 죽음통치 / 76
3장 타이번학 : 사형수의 사회학 / 115
2부 중상주의에서 교수대의 교육학, 1720~1750 / 157
4장 로비노크라시 시기의 악한 프롤레타리아트 / 161
5장 양말하기, 통, 소비세 / 202
6장 “어카운트 하기” : 조지 왕조 시대의 노상강도 / 237
3부 매뉴팩처 시기의 근면함과 게으름, 1750~1776 / 279
7장 고양이는 크림을 좋아한다 : 다섯 개 직종의 임금 노동자 / 283
8장 비단은 차이를 만든다 / 321
9장 목숨을 구걸할 때는 아일랜드어로 하라 / 359
4부 혁명 시대 죽음통치의 위기, 1776~1800 / 407
10장 뉴게이트에서의 구출, 1780년 6월 6일 / 411
11장 배와 토막 : 기술적 억압과 임금의 기원 / 456
12장 설탕과 경찰 : 1790년대 런던의 노동계급 / 492
2판 후기 / 540
감사의 글 / 550
그림 차례 / 552
표, 도표, 지도 차례 / 553
약어표 / 554
참고문헌 / 555
옮긴이 후기 / 580
인명 찾아보기 / 583
용어 찾아보기 / 5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