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이렌 네미롭스키의 가장 자전적인 소설 『고독의 와인』은 사랑받지 못한 딸 엘렌의 고독한 성장기를 그린 작품이다. 아름답지만 차가운 어머니, 돈과 욕망에 사로잡힌 아버지, 어른들의 거짓말과 이기심으로 가득한 집 안에서 엘렌은 자신이 사랑받는 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 일찍 깨닫는다. 전쟁과 혁명은 가족을 러시아에서 파리로 밀어내지만, 장소가 바뀌어도 가족의 상처와 냉혹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고독의 와인』은 『무도회』, 『제자벨』과 함께 네미롭스키의 ‘어머니를 향한 복수 3부작’을 이루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소설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복수의 통쾌함이 아니다.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고독과 증오를 지나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스스로 선택해가는 과정이다. 작가 자신의 유년기와 망명 경험, 어머니와의 불화가 짙게 반영된 이 작품은 이렌 네미롭스키를 이해하는 가장 내밀한 열쇠이자, 레모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의 마지막 책이다.
출판사 리뷰
전쟁과 혁명, 증오가 빚어낸 한 작가의 탄생
이렌 네미롭스키를 이해하는 열쇠이자 최후의 퍼즐엘렌은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는다. 어머니 곁을 맴도는 남자들, 화장품 냄새와 담배 냄새, 닫힌 방 너머로 감지되는 밀회의 기척 사이에서 성장한 엘렌은 자신이 사랑받는 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다. 그나마 딸을 아껴주던 아버지는 부(富)의 노예라 해도 좋을 정도로 재산 증식에만 몰두하느라 딸을 돌볼 새가 없다. 어머니에게 있어 자신이 정부(情夫)보다도 못한 존재라고 느낀 엘렌은 마침내 어머니의 정부를 유혹하기 시작하는데…. 사랑받지 못한 딸이 어머니를 향한 증오를 키우고, 결국 그 증오를 넘어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이야기 『고독의 와인Le vin de solitude』 한국어판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이렌 네미롭스키라는 작가의 문학적 원형을 확인할 수 있는 열쇠이며, 레모의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다. 「무도회」로 시작되어 『제자벨』로 끝나는 ‘어머니를 향한 복수 3부작’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라 더욱 반갑다.
“마땅히 아이여야 했을 때 아이로 살지 못한 사람은
결코 다른 이들처럼 성숙해질 수 없는 법이야.”20세기 초, 온 가족이 둘러앉은 카롤 가의 식탁에는 따뜻함이 없다. 어머니 벨라는 파리의 호텔과 드레스, 낯선 남자들의 시선을 그리워하고, 아버지 보리스 카롤의 머릿속에는 돈과 도박, 사업 생각뿐이다. 반복되는 부모의 말다툼과 어머니의 냉담함 속에서 너무 일찍 어른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엘렌. 어머니에게 정부(情夫)가 있음을 깨달은 그날부터 엘렌은 어머니를 ‘그 여자’라고 부르고, 돈과 욕망과 거짓말로 이루어진 가족의 면면을 점점 더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한편, 혁명이 거세지자 카롤 가족은 러시아를 떠나 망명길에 오르고 가까스로 파리에 정착한다. 고향을 등졌음에도 그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보리스 카롤은 병들어가면서도 돈과 도박에 매달리고, 벨라는 늙어가는 자신을 견디지 못한 채 정부에게 집착한다. 엘렌은 어머니가 갈망하던 젊음을 손에 쥔 자신이야말로 가장 잔혹한 복수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어머니의 정부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전쟁과 혁명, 망명과 같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어머니 벨라와 아버지 보리스는 철저히 이기적으로 행동하며 자신의 욕망에만 매달린다. 사랑보다 먼저 냉소를 배운 엘렌은 어머니를 보호자가 아닌 가장 가까운 적으로 여기며 복수를 준비한다. 그러나 『고독의 와인』은 단순한 모녀 복수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엘렌은 어머니를 벌하고자 하지만, 자신 안에도 어머니와 닮은 욕망과 냉혹함이 숨어 있음을 목도한다. 『고독의 와인』이 선사하는 것은 ‘사이다’적 통쾌함보다 한 인간이 그 증오에서 벗어날 때의 해방감에 가깝다. 고독은 어린 엘렌을 병들게 했지만, 인간은 고독을 통해서만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어머니 같은 사람이 될 것인가, 어머니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을 것인가…. 엘렌은 결국 어떤 선택을 할까?
상처를 글로 바꾼 작가, 이렌 네미롭스키
고독이라는 작은 지옥에서 태어난 문학이렌 네미롭스키는 1903년 키이우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나 프랑스어로 작품을 썼고, 1942년 나치 박해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아우슈비츠로 끌려가 사망하기 직전까지 집필한 미완의 대작 「프랑스풍 조곡Suite Francaise」의 두 작품 『6월의 폭풍Tempete en juin』과 『돌체Dolce』가 2004년에야 비로소 빛을 보면서 르노도상을 수상하였다. 이는 르노도상 제정 이래 처음으로 작가의 사후에 수여된 사례였다. 두 작품의 성공이 계기가 되어 작가의 다른 작품들 역시 활발히 재조명되었고, 이제 네미롭스키는 인간의 허영과 욕망, 계급과 가족, 시대의 폭력 앞에 놓인 개인의 내면을 예리하게 포착한 작가로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고독의 와인』은 이런 네미롭스키 문학 세계의 가장 사적인 뿌리를 보여주는, 자전적이고도 내밀한 작품이다. 키이우에서의 성장, 볼셰비키 혁명과 망명, 어머니와의 불화 등 작가가 겪은 ‘작은 지옥’이 주인공 엘렌의 이야기에 투영되어 있다. 자기 자신을 다룰 때조차 미화하지도, 망설이지도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작가의 기백은 펜이야말로 예리한 칼이라는 사실을 알게 한다. 한편으로는 이 모든 상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낼 수밖에 없었던 한 작가의 초상이 담긴 문학적 열쇠이기도 하다. 기억과 상처를 감각적으로 환기하면서도 인간과 사회를 함께 보는 시야를 유지하는 이 작품에 〈가디언〉은 “네미롭스키라는 작가가 톨스토이와 프루스트에게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 짐작하게 한다”며 뒤늦은 찬사를 보냈다.

삶은 유동적이고 불안정하며 불확실했다. 영원한 것은 없었다. 냉혹하고 거친 물살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평화로운 나날을 저 멀리 휩쓸어 데려가 영원히 돌려주지 않았다. 구석에서 홀로 조용히 앉아 손에 책을 들고 있다가도 갑작스러운 불안의 전율에 사로잡혔다. 세상에 혼자 남겨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엘렌은 그렇게 어머니에 대해, 이제는 대부분을 집 밖에서 보내는 그녀의 미지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마음속에선 어머니에 대한 낯선 증오가 점점 커져갔는데, 마치 엘렌과 함께 성장하는 것 같았다. 사랑이 그러하듯 천 가지 이유가 있으면서도 동시에 아무 이유도 없는 증오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렌 네미롭스키
1903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부유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은 불행하고 외로웠다. 금융가였던 아버지는 늘 사업으로 바빴고, 어머니는 어린 딸을 유모에게 맡기고 자신의 삶을 누렸다. 이 시절 작가는 절망에 맞서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증오를 키웠으며, 이러한 모녀 관계가 작품 세계의 큰 축을 이룬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아버지의 목에 현상금이 걸리면서 네미롭스키 가족은 핀란드와 스웨덴 등지로 도피했고, 1918년 프랑스에 정착했다. 이렌 네미롭스키는 소르본 대학에서 수학하며 열여덟 살부터 습작을 시작했고, ‘피에르 네레(Pierre Nerey)’라는 필명으로 짧은 소설들을 신문에 기고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무도회Le bal」이다.1929년에는 4년 동안 집필한 『몰락David Golder』을 발표하며 화려하게 데뷔한다. 『제자벨Jezabel』은 193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네미롭스키가 창작의 절정기에 이른 1936년, 서른세 살이 되던 해에 발표된 작품이다. 「무도회」와 『고독의 와인Le vin de solitude』에 이어 증오심을 창작의 연료로 삼아 비틀린 모녀관계를 폭로하는 ‘어머니를 향한 복수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1942년 아우슈비츠로 끌려가 사망하기 직전까지 집필한 미완의 대작 「프랑스풍 조곡Suite Francaise」의 두 작품 『6월의 폭풍Tempete en juin』과 『돌체Dolce』가 2004년에 비로소 빛을 보면서 르노도상을 수상하였다. 이는 르노도상 제정 이래 처음으로 작가의 사후에 수여된 사례였다. 두 작품의 성공이 계기가 되어 작가의 다른 작품들 역시 활발히 재조명되었다. 다른 대표작으로 『개와 늑대Les chiens et les loups』가 있다.
목차
이 책을 읽기 전에 4
등장인물 소개 6
제자벨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