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강원도를 다룬 책은 많지만 강원도를 이렇게 오래 바라보고, 그곳의 삶과 역사, 그 안에 스며 있는 이야기까지 함께 길어 올린 책은 드물다. 이 책은 동해 바다와 설악산, 여름 피서지와 겨울의 스키장 같은 익숙한 이미지 뒤에 가려져 있던 강원의 속살을 천천히 드러낸다.
이 책을 쓴 저자는 강릉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KBS 강릉방송국 아나운서다. 스스로를 ‘토포필리아적 인간’이라고 부를 만큼 장소에 대한 애정이 깊어 어디든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제주에서의 19년 삶을 풀어낸 첫 책 『진심, 제주!』 이후, 그는 이번 책에서도 잘 드러나지 않았던 강원의 숨은 절경과 그 안의 삶, 일상에 켜켜이 쌓인 오래된 서사와 아픔까지, 강원의 결을 한 권에 끌어안는다.
논골담길의 경사와 정선 아우라지의 물길, 강릉단오제의 열기와 커피 도시 강릉의 생태계, 태백 탄광촌의 검은 삶과 영월의 단종 애사, 석호와 고원의 절경, 휴게소와 와인, 폭설과 가뭄…. 이 책은 유명 명소를 빠르게 훑어가는 대신, 강원을 이루는 풍경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 풍경을 견디고 살아온 사람들은 누구인지, 그리고 왜 우리는 이 땅을 자꾸만 다시 바라보게 되는지를 꾹꾹 눌러 쓴 문장으로 되묻는다.
출판사 리뷰
벅차서 벅찬 곳, 강원!
골목과 마을, 숨은 길을 따라
강원의 진짜 얼굴을 만난다
강원도를 다룬 책은 많지만 강원도를 이렇게 오래 바라보고, 그곳의 삶과 역사, 그 안에 스며 있는 이야기까지 함께 길어 올린 책은 드물다. 이 책은 동해 바다와 설악산, 여름 피서지와 겨울의 스키장 같은 익숙한 이미지 뒤에 가려져 있던 강원의 속살을 천천히 드러낸다.
이 책을 쓴 저자는 강릉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KBS 강릉방송국 아나운서다. 스스로를 ‘토포필리아적 인간’이라고 부를 만큼 장소에 대한 애정이 깊어 어디든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제주에서의 19년 삶을 풀어낸 첫 책 『진심, 제주!』 이후, 그는 이번 책에서도 잘 드러나지 않았던 강원의 숨은 절경과 그 안의 삶, 일상에 켜켜이 쌓인 오래된 서사와 아픔까지, 강원의 결을 한 권에 끌어안는다.
논골담길의 경사와 정선 아우라지의 물길, 강릉단오제의 열기와 커피 도시 강릉의 생태계, 태백 탄광촌의 검은 삶과 영월의 단종 애사, 석호와 고원의 절경, 휴게소와 와인, 폭설과 가뭄…. 이 책은 유명 명소를 빠르게 훑어가는 대신, 강원을 이루는 풍경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 풍경을 견디고 살아온 사람들은 누구인지, 그리고 왜 우리는 이 땅을 자꾸만 다시 바라보게 되는지를 꾹꾹 눌러 쓴 문장으로 되묻는다.
강원의 풍경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이 책은 강원을 그저 아름다운 곳으로 소개하지 않는다. 동해 논골담길의 경사는 전망 좋은 언덕일 뿐 아니라 그 비탈을 따라 밀려 올라가야 했던 사람들의 생활사이며, 정선 아우라지는 두 물줄기가 만나는 절경에 머물지 않고 삶에서 무엇을 남겨둘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장소가 된다. 풍경은 언제나 사람의 시간과 맞닿아 있다.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영월. 이 책에서 그곳은 화제의 배경이 아니라 기억의 장소로 읽힌다. 장릉과 엄흥도의 묘를 따라 이어지는 이야기는 단종의 비극을 과장되게 소비하지 않고, 오히려 그 죽음 이후에도 인간의 도리를 포기하지 않았던 엄흥도의 선택이 어떻게 한 고장의 기억으로 남았는지를 조용히 드러낸다.
그리고 이 흐름은 태백에 이르러 더욱 깊어진다. 산업유산의 공간인 태백은, 이 책에서 강원의 검은 시간과 흰 시간이 함께 포개진 장소로 읽힌다. 저자는 철암 탄광의 역사를 떠올리며 검정의 묵은 때가 벗겨진 뒤의 내일을 생각하는 한편, 겨울이면 주차된 차의 문을 열지 못할 만큼 눈이 쌓이는 고원 도시의 생활 감각을 생생하게 불러낸다. 태백의 겨울 하늘 아래서 새하얀 눈과 순도 높은 검정 밤하늘, 그 위로 쏟아지는 별빛의 향연을 마주하는 장면은 이 책 전체에서도 유난히 오래 남는 대목이다. 강원의 설경이 아름다운 까닭은 그렇게 혹독한 계절을 견디며 살아온 삶의 무게가 그 안에 스며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놓치지 않는다.
강원을 이루는 것은 자연만이 아니다
이 책의 또 하나의 힘은 강원을 자연 풍경의 집합이 아니라 문화와 생활의 총체로 그려낸다는 데 있다. 그 중심에는 강릉단오제가 있다. 강릉단오제는 외지인의 눈에는 며칠간의 축제처럼 보이지만, 강릉 사람들에게는 계절의 리듬과 지역의 신앙, 시장의 활기와 사람들의 체취가 한꺼번에 살아나는 생활의 장이다. 단오절의 술을 빚기 위한 봉정미를 모으고, 수리취떡을 나눠 먹고, 남대천 둔치로 며칠씩 출석하며 서로 인사를 나누는 장면들은 왜 이 축제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한 지역의 삶 그 자체인지 절로 느끼게 한다.
강릉의 커피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커피 유니버스’라는 제목이 과장이 아닌 것은, 저자가 강릉의 커피를 단지 카페 몇 곳의 성공담으로 쓰지 않기 때문이다. 안목해변의 보잘것없는 커피 자판기에서 시작된 전설, 안목 커피 거리의 성장, 강릉을 ‘커피 도시’로 만들어낸 축제와 로스팅 문화, 그리고 더덕에서 방점을 찍는 온갖 라테의 등장까지, 이 책은 강릉의 커피를 한 도시의 취향과 시간이 빚어낸 독특한 생태계로 읽어낸다.
이 책은 강원으로 들어가는 길 또한 섬세하게 조명한다. 옥계, 한계령, 내린천, 홍천의 휴게소들은 목적지로 가는 중간 정차지가 아니라 공기의 밀도와 빛의 결이 바뀌는 경계의 장소이고, 예밀리의 포도 향과 예밀 와인은 운탄고도의 산길 한복판에서 농밀한 유혹의 손길을 내미는 장면이 된다. 예밀리가 단순한 경유지가 아니라 오감이 깨어나는 목적지가 될 수 있다는 저자의 감각은, 이 책이 왜 평범한 여행서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지를 잘 보여준다.
강원의 절경에는 시간의 층이 켜켜이 쌓여 있다
이 책이 보여주는 강원의 풍경은 엽서처럼 납작하지 않다. 경포호와 향호, 청초호와 영랑호, 송지호와 화진포 같은 석호들은 고요한 물빛 뒤에 바다의 기억을 품고 있다. 물은 잠잠하지만, 그 안에는 바다였던 시간과 육지로 붙잡힌 시간이 함께 잠겨 있다.
육백마지기와 안반데기, 매봉산 바람의 언덕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언덕 삼대장’은 이 책에서 더욱 인상적으로 살아난다. 평창 미탄면의 육백마지기에는 샤스타데이지와 하늘과 구름, 청옥산과 탐방객의 움직임이 한 장면 안에서 겹쳐지고, 안반데기는 우묵하고 널찍한 지형이란 이름의 유래부터 별 보기 명소이자 차박 성지로서의 현재까지 함께 품는다. 매봉산 바람의 언덕은 또 어떤가. 여름의 배추밭 장관만이 아니라 사륜구동 차량조차 긴장하게 만드는 오르는 길의 난이도와 정상에서 한꺼번에 열리는 광활한 파노라마가 강원의 높은 얼굴을 드러낸다. 이 장면들은 예쁘다기보다 압도적이다. 척박한 토양, 높은 고도, 강한 바람과 극단적인 계절이 이 풍경들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 <봄날은 간다>가 남긴 강원의 이미지처럼 이 책의 문장들도 감정을 함부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바다와 호수, 고원과 휴게소, 축제와 탄광촌이 각자의 속도로 스며들며 하나의 분위기를 만든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강원은 더 이상 익숙한 관광지가 아니라, 높은 곳과 깊은 곳, 검은 삶과 흰 계절, 축제의 열기와 쇠락의 그림자, 커피 향과 흙냄새가 함께 뒤섞이는 하나의 세계가 된다.
이 책은 강원을 ‘소개’하기보다 강원이라는 장소를 다시 ‘읽게’ 만든다. 그야말로 ‘모든 날의 강원’이다.
이런 거다. 이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천성이 유약해 대도시의 가차 없음에서 비켜 살아온 날들에는 수더분한 만족감을 느끼지만, 매일같이 마주치는 노년의 아픔과 쇠락 또한 피할 수 없이 닥쳐온다. 지방 중소도시의 거리에서는 사람도 노년이고 풍경도 노년이다. 거기서 깨달았다. 나는 번성하는 공간의 화려함 속에서는 이물감만 느끼고, 안쓰러워 보이는 고장의 쓸쓸함에서는 쾌감을 느낀다는 것을. 공간 탐색에 각별한 취미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새롭게 도약하는 곳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시피 하다. 인구는 줄고 노인 비중은 급격히 늘어 가며, 구도심 상권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곳. 나는 그런 조건들이 충족된 곳에서라야 살아갈 수 있는 ‘공간 반골’이었던 것이다.
‘봉긋한’, ‘야트막한’, ‘잔잔한’과 같은 형용사는 강원도에는 없다. 망설임 없이 내달리는 근육질 산맥의 기세는 짙푸른 공포가 엄습하는 동해의 노도와 맞닿아 있다. 그러니까 강원도의 산은 곧 바다인 것이다. 그 앞에서 내 눈은 번쩍 뜨이고 이마에 주름까지 드리워진다. 눈물이 맺힌다면 압도되었기 때문이다. 동해의 빛은 ‘쾅!’ 하고 덮쳐 온다. 태양빛은 완충장치 하나 없이 대기를 관통해버린다.
논골담길은 풍광과 동떨어진 오르막이 아니다. 꺾이는 모서리마다 봄꽃이 흐드러지고, 어촌의 집들은 각자 버텨온 사연을 속삭인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시야는 확장되고, 왼편과 오른편의 광경은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눈이 멀 정도로 위험한 색은 겨울의 흰색만이 아니다. 동해의 짙푸른 수면은 각막을 자극할 만큼 강렬하다. 고개를 돌리면 완만한 경사 위에 자리
잡은 사람들의 보금자리들이 무작위 속에서도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룬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영재
말하는 시간보다 자판을 두드리는 시간이 점점 늘고 있는 KBS 강릉방송국 아나운서. 빼어난 경관과 속 깊은 이야기가 있는 고장들을 두루 오가며 밥벌이해온 것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Total Eclipse’라는 필명으로 여행 글을 올리고 있으며, 인스타그램에도 가끔 메타의 의도에 반하는 장문의 글을 올린다. ‘토포필리아’, 장소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 어디든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읽고 쓸 때 행복해하며, 머지않은 미래에 산과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책방 주인이 되는 날을 꿈꾸고 있다. 19년의 제주 생활을 풀어낸 『진심, 제주!』를 2022년에 출간했다. 인스타그램 @total_eclipse0913
목차
프롤로그: 여행을 떠나며
map 이 책에 소개된 장소
PART 1 나아가는 걸음
경사 예찬
보고 싶다 정선아
걷는다는 것, 걸음이란 것
해 저문 소양강에
학산 백경
PART 2 풍경을 빚는 건 사람
다시 그날이군요
슈베르티아데 인 평창
커피 유니버스
그들만의 생태계
자작은 책이 되어
다리는 술샘을 가로지르고
PART 3 아픔은 그 자리에
진격의 거탑
태백, 하늘 아래 검정은 빛으로 1
태백, 하늘 아래 검정은 빛으로 2
극한과 극단 사이에서
PART 4 잇고 맺는 이야기들
바다의 기억은 호수가 되어
강원의 조망, 언덕 삼대장에서
저 산은 내게
그래도 봄날은 1
그래도 봄날은 2
에필로그: 여행의 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