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충청도 백마강 옆에 사는 80대 아버지가 있다. 평생 스틱 기어만 운전하며, 흰머리도 없으며, 노안도 오지 않아서 안약 병 뒷면을 줄줄 읽는다. 건강염려증으로 도시의 대학병원만 가며, 하루에도 알약을 한 주먹씩 삼킨다. 감정을 나눌 줄 모르고, 가끔은 자신 밖에 모르는 대문자 T 아빠. 그래서 늘 ‘데면데면’했던 아빠…. 안마기보다 블루투스 스피커에 관심이 많으며, 경로당엔 절대 가지 않는다. 왜?
“내가 늙었간?”
서울에 사는 딸 ‘나’. 죽어라 달려왔지만 어느새 직장에선 승진에서 떠밀린 찬밥, 아니 바짝 마른 눌은밥 신세다. 걸핏하면 손 떨리고 가슴 뛰고 식은 땀 나는 갱년기에다, 휴일엔 불안해서 쉬지도 못하는 번 아웃까지. 겨우 잡힐 듯 했던 승진 기회마저 갑자기 나타난 ‘입 꼬리 긴’ 여자가 망치려고 한다. 도망치듯 내려간 고향에서 아빠와의 예기치 못한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디데이는 30일 후.
“아빠. 이제 노인이 돼주세요.”
작은 문갑에서 낡은 사진 한 장이 툭 떨어진 날부터 아빠의 비밀이 하나씩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 한쪽 다리가 없는 친할아버지, 백마강 속으로 사라진 옆집 미남 오빠, ‘스마트 거지’ 막걸리, 노란 갑사 한복을 입은 어린 마담, 신념의 휴머니스트 청자 아줌마, 숯 검댕이 눈썹 도 씨. 까맣게 잊었던 이웃들이 하나둘 나타나 아빠의 비밀 찾기에 슬그머니 가담한다.
승진 길을 막아선 ‘입 꼬리’ 그녀와의 재회는 어린 시절의 상처와 악연으로 다시 데려간다. 가난한 날들의 눈물과 어이없는 체벌, 싸움과 이별. 40년도 더 지난 지금, 그녀는 또 내 앞을 막아선다. 여전히 그녀 앞에 나는 초라하고 못난 아이다. 더는 일어날 힘이 없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아빠의 비밀을 하나둘 마주하면서 해묵은 상처들에 딱지가 앉기 시작한다.
어쩌면 사람 잡는 번 아웃도, 지긋지긋한 우울증도 극복해내는 것이 아닐까? 다른 사람도 아닌 아빠 덕에 말이다. 드디어 ‘불효막심 프로젝트’ 30일이 끝나가고, 정해진 디데이가 다가왔다. 모든 시선은 아빠에게 향한다. 아빠는 과연 ○○될 것인가? 아빠와 나는 ‘백제교’를 건너 새로운 시간으로 건너갈 수 있을까.
출판사 리뷰
“나의 상처에 드디어 딱지가 앉기 시작했다.”
아빠의 수상한 비밀을 찾아가는 특별한 30일.
기자 출신 작가의 스피디한 문체와 폭풍 전개, 곳곳의 웃음 지뢰.
‘마음의 사우나’ 같은 색다른 힐링르포 소설.
누구나 치유와 성장을 꿈꾸게 하는 소설의 등장에 찬사를 보낸다.
한국의 가족 소설에서 아버지는 대부분 근엄하고 무뚝뚝하며, 거리감이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어머니를 다룬 소설이 사랑과 갈등, 애증과 화해, 기발한 설정과 파국 같은 다양한 이야기를 내놓을 때, 아버지는 주로 ‘관계’에 초점을 맞춰 그려지곤 했다. 아버지는 어머니보다 멀었고, 어머니보다 잘 보이지 않았다.
<30일 후, 아빠는 노인이 됩니다> 역시 데면데면 살아왔던 아버지와의 관계가 ‘비밀’을 통해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렸다. 가족소설의 외피를 하고 있지만, 이 소설이 특별한 것은 길을 잃은 ‘나’가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좌절을 해소하고, 화해와 치유를 통해 성큼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발판이 되는 것은 역시 아버지가 건네는 살아있는 지도다.
모든 아버지는 설명하지 않으며 그저 살아낼 뿐이다. 자식들은 아버지가 숨겨놓은 지도를 늦게라도 찾아내거나, 아예 모른 채 이별하곤 한다. 이 소설에서는 자식과 더불어 아버지도 성큼 성장한다. 그것이 ‘늙음’의 비밀이다.
<30일 후, 아빠는 노인이 됩니다>는 사실적인 묘사와 리듬감 있는 대사, 생략과 집중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새로운 개념의 소설로, 기존의 업마켓소설과는 또 다른 형태를 보여준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당시의 가족, 1970년대 퇴락해가는 소읍 풍경, 1980년대 교실의 모습 등이 마치 현장을 보는 듯 생생하게 묘사된다. 그 안에서 피어나는 우화들도 군더더기 없는 스피디한 문체를 통해 담백하고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또 충청도 사투리를 그대로 살린 대사와 엉뚱한 캐릭터들은 뭉근하고 능청스러운 웃음을 선사한다. 기자 출신 작가의 내공이 살아있는 ‘힐링르포 소설’, <30일 후, 아빠는 노인이 됩니다>를 주목한다.
어린 시절의 상처들은 채 아물지 않은 채 살아있다. 그저 잊히기를 기다렸다가, 가끔씩 되살아나는 날에는 혼자 길을 잃고 울고만 있다. 주인공은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한 여자의 등장으로 인해 마음은 물론 앞길까지 턱 막힌다. 그것을 뚫어줄 사람은 단 한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도망치듯 숨어든 고향의 아빠였다. 이제 상처에 딱지가 앉기 시작한다. 세대와 상관없이 누구나 치유와 성장을 꿈꾸게 하는 소설의 등장에 찬사를 보낸다.
50년 넘게 자가운전을 하고 있고 처음부터 스틱 기어만 몰았다. 오토는 운전으로 치지도 않아서 내가 30년 전 처음 차를 몰고 갔을 때도, 드디어 세계 8대 불가사‘리’가 나왔다고 감동하던 엄마와 달리 코웃음을 쳤다.
대섭이 두 살배기 수복을 남겨두고 집을 나선 때는 콩 바심을 일찌감치 끝내놓은 1944년 가을이었다. 규암 나루에서 떠나는 징병 트럭에 타기 위해 대섭이 마당에 내려서자, 그날따라 일찍 일어난 수복이 문지방을 넘어오며 울다가 마루에 고꾸라졌다. 자지러지는 수복을 어르느라 옥 씨는 대섭과 제대로 된 인사도 하지 못했다. 옥 씨가 건장하고 다정한 데다 멀쩡한 대섭을 본 건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힘이 다 빠진 잠수부는 이제 알아서 하라는 눈치였다. 그때 누군가 첨벙 발을 넣었다. 장정의 팔에서 진득한 수초를 걷어내고 오리발처럼 퉁퉁 부은 손을 부여잡고 끌어내기 시작했다. 지켜보던 잠수부가 소리쳤다.
“팔 빠져유. 목을 안으야지.”
다시 뒤로 돌아 장정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한 손으로는 손목을 잡아 살살 밖으로 밀어냈다. 마침내 장정이 제 아버지 앞으로 머리를 쑥 내밀었고, 숨을 몰아쉬며 강에서 나온 아빠가 그 손을 강 면장에게 건네주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심시완
낮에는 광화문에서 일하고, 밤에는 글을 쓴다. 일간지 기자, 지자체 대변인실을 거쳐 지금은 한 기관에서 홍보 파트를 맡고 있다. 여덟 살 때 달력에 낙서해놓은 걸 어머니가 읽고, 재능이 있다며 ‘홀로’ 판단하고 책을 많이 읽혔다. 덕분에 평생 소설가를 꿈꿨지만 기사와 보도자료만 죽어라 쓰다가, 용기를 내어 이 소설을 썼다. 부여 백마강 옆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강아지를 사랑했지만 돌연 잃어버린 후 무서워한다. 강아지와 아침 백마강을 산책하며 사는 삶을 꿈꾼다.
목차
프롤로그
D-30 다시 만난 쌀집 뚱땡이
D-28 아랫도리가 사라지다
D-27 개미 빤스도 알아맞히는 영에이티
D-24 멀쩡한 남의 아들을 왜 끌고 간대유
D-23 죽어도 밥상은 메고 가야 혀
D-20 그것도 몰라? 이 맹추야
D-17 간밤에 백마강이 울던 날
D-15 거르르, 웃는 소리가 딱 막걸리였다
D-13 염소탕으로 또 한자리 노린 똑딱단추
D-11 여사는 무슨 여사, 여수지
D-8 화단 아래서 벌어진 치정 격투?
D-7 딸이 사랑한다는 데, 누구면 어때
D-6 총무가 임마포켓한다는 거여?
D-5 가자미는 어떻게 가자미눈이 됐나
D-4 숯검댕이 눈썹만큼이나 짙은 비밀
D-3 우린 왜 서로에게 괴물이었을까
D-2 내가 벌써 늙으면 안되지
D-1 은혜와 감사는 돌고 도는가
D–Day
D+1 시간의 다리를 건너
에필로그
작가의 말_ 연민하는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