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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춤을 추어요
시인의 일요일 | 부모님 | 2026.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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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윤진화 시인의 세 번째 시집 『함께 춤을 추어요』가 출간되었다. 냉혹한 현실 속에서 삶의 고통과 희생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함께 연대하며 춤추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처럼 지난한 삶의 여정을 포착하며, 현대인의 내면에 잠재된 다양한 감정들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다. 시인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고통 속에서 연대의 의미를 발견하는 인간 정신을 탐색한다.

시집을 관통하는 주요 정서는 ‘비루함 속의 연대와 부활’이다. 표제작 「함께 춤을 추어요」가 보여주는 처연함은 그 정점에 있다. 삶의 모순과 부조리 속에서도, 함께 춤추며 나아가려는 의지는 새로운 차원의 울림을 선사한다.

  출판사 리뷰

잘 지냈나요?
나는 아직도 봄이면서 무럭무럭 늙고 있습니다


㈜시인의일요일에서 윤진화 시인이 세 번째 시집 『함께 춤을 추어요』를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냉혹한 현실 속에서 삶의 고통과 희생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결국은 좌절하지 않고 함께 연대하며 춤추는 인간의 모습을 깊이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번 시집 『함께 춤을 추어요』는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고도를 기다리는 시간’처럼 지난한 삶의 여정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현대인의 내면에 잠재된 다양한 감정들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다. 시인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고통 속에서 연대의 의미를 발견하는 끈질긴 인간 정신을 탐색한다.
무엇보다 『함께 춤을 추어요』는 기존 시집들과 차별화되는 강렬한 감성과 독특한 서사를 특징으로 한다. 윤진화 시인은 일상적인 소재에서부터 종교적, 철학적 사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는데. 특히 '선퇴(蟬退)'라는 개념을 통해 삶의 순환과 재탄생의 의미를 시집 전체에 걸쳐 탐색한다. 그는 시를 통해 인간의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고, 독자들은 단순히 시를 읽는 것을 넘어,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존재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시집을 관통하는 주요 정서는 ‘비루함 속의 연대와 부활’이다. 시인은 삶의 비루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도, 그 안에서 발견되는 인간적인 연결과 회복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개인의 고통이 타인과의 유대를 통해 승화되고, 나아가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표제작 「함께 춤을 추어요」가 보여주는 처연함이 바로 그 정점에 있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경험한 삶의 모순과 부조리함 속에서도, 함께 춤추며 나아가려는 의지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울림을 선사한다.
이 시집이 다른 시집들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현실의 날카로운 단면을 포착하면서도 그 이면에 숨겨진 따뜻한 시선과 비유’이다. 시인은 자본주의 사회의 비정함, 가족 간의 갈등, 개인의 고독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직설적이면서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동시에 그 속에서 인간의 연약함과 강인함, 그리고 서로를 보듬는 따뜻한 마음을 놓치지 않는다. 특히,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이나 현상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여 독자들이 스스로의 삶을 재해석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경쾌하지만 가볍지 않은 윤진화 시인의 이 스텝은 우리가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적 세계이다.

고도를 기다리는 시간, 함께 춤을 추어요

윤진화 시인의 세 번째 시집 『함께 춤을 추어요』는 버팀의 방법론으로 누군가의 기다림을 택한다. 시적 화자에게 그는 예수이자 부처이며, 때로 알라이며, 심지어 샤먼이기도 하다. 언젠가 이 절대자가 올 것이라는 믿음, 마치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그토록 고도를 기다렸던 디디와 고고의 모습과 흡사하다. 그런 점에서 본 시집의 첫 시 「안부」는 고도를 향한 안부라 하겠다. 속없이, 그렇기에 애처롭게 “잘 지내나요?”라고 묻는 시적 화자는 “‘잘 늙는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다. 늙고 지는, 생의 끝이 좀 더 가까워 보이는 그는 아직 “세계라는 아름다운 단어”를 믿고 있다. 하여 고도가 보낸 편지 속 “혁명”을 꿈꾸고, “시를 섬기며 살겠”다 하며, “부끄럽지 않게 봄을 보낼” 거라고 다짐한다. 그나마 혼자가 아닌 함께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고도를 기다리는 자들과 함께 춤을 추며 봄을 기다린다. 이즈음 되면, 잘 늙어감을 고민하는 자도 알고 있는 듯하다. 세계의 민낯을.

믿음과 인식의 시간 사이 4부인 최초의 선퇴로 돌아간다. 자신의 이름으로 울고자 했던, 세계의 비정함을 온몸으로 받았던 자는 “나무에서 부활”하고 있었다. 아직 신이 “우리 위에서” 울고 있을 때이다(「선퇴蟬退-여자여, 왜 우느냐」). 아픔과 고통의 강도는 같지만 버틸만한 세상이었다. “온몸이 뜨거워서 신을 벗었”지만 앞서의 경우처럼 발의 행방이 묘연하지 않다. 오롯하게 느낄 수 있는 “맨발”이다(「서울역 7017, 휘파람을 부세요」). “사직서 품은 옷을 입고 출근하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중이었지만(「미수금」), 죽은 친구의 아들이, 친구의 예쁨이 눈에 들어오는 세계였다(「반영反映」).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왜 선퇴는 매번 상황을 달리하였던 것일까. 왜 그토록 맴맴 울어야만 했던 것일까. “산새 소리 바람 흐르는 소리 돌 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연꽃을 찾아오는 문상객”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들과 “함께 운”, 부활한 자는 어쩌다 우리 안에 갇혀 사람답게 울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수련」). 『함께 춤을 추어요』는 이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한다. 부활의 첫 선퇴를 맨 마지막에 배치한 이유는 이 시집이 그저 불행한 결말로 마무리 짓는 이야기가 아니기에 그러하다. 춤추는 자들이 다시 한번 고도를 기다리는 시간, 우리 밖으로 뛰어나와 부활을 꿈꾸는 평범한 인간들의 이야기이다. 이 순간, 고도를 기다리는 평범한 인간의 태도가 달라졌다.

에스프레소 향기에 취한 구름
덕분에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이
더 여유롭다

방금 전에는 사슴과 놀았다
지금 막 지나가는 마을버스와 인사를 나눴다
처음 본 꽃과는 안면이 없어 눈인사만
지붕에서 태어난 빗방울과도
집에 머문 그림자와도
쉿 비밀인데
저 계단 밑에 먼지를 닮은 고요는 수다쟁이

당신도 시인이 되면 좋겠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듯
하나님이 시인을 사랑하사
독자를 주셨다고 믿는 시인

구름도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손을 흔들면

어둠이 해와 함께 달려와 손을 내민다
둥글게 둥글게

함께 당신을 기다린다
— 「안녕」 전문

수개월만 더 내면 끝날 보험을 해약했다
한번 더 생각해 보셔요
창구직원은 서류를 되 밀었다
아니요 빚을 갚아야 해서요

먼저 죽은 친구가
이번 생애 너처럼 가난한 인간은 처음이야
내 재림 따위는 바라지도 마
자기 몫의 생을 내게 유산으로 남겼다

이 위대한 유산으로

다시 보험을 들었다

보호자 없이

나를 담보 걸었다
—「생명보험」 전문

의정부 이모가 죽었다 무당은 신이 자기를 버릴까 봐 또 다른 신을 찾아다녔다 제일 오래된 신의 끈을 세게 묶고 산책을 했다 피아노에 있어야 할 건반을 이가 빠진 노인이 들고 있었다

르네상스식 서울역은 옛것이었다 바로 옆에 낡은 신을 모아서 만든 슈즈 트리(shoes tree)가 보였다 옛 서울역만큼이나 높게 쌓아 탑을 이뤘다 사람들이 냄새나고 더러운 신들을 치워달라며 민원을 넣었다 브람스의 교향곡 3번 3악장이 파도쳤다

선녀보살 이모처럼 휘파람을 불었다 깊은 바다에서 자맥질을 끝내고서야 휘이익- 숨비소리 내는 해녀처럼 부채는 없었지만 바람은 적당히 불었다 정수리로 전기가 찌리릿 올랐고 온몸이 뜨거워서 신을 벗었다 시원하고 친절한 신발가게 찾아 일부러 산책을 했다
맨발이었다
— 「서울역 7017, 휘파람을 부세요」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윤진화
200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우리의 야생소녀』 『모두의 산책』이 있다.

  목차

1부
묘비 / 12월 25일 / 수박 / 키스 / 혓바늘 / 복숭아나무 옮겨 심는 법 / 성 베네딕도 수녀원 앞에서 / 갈라진 아스팔트에 소녀가 반창고를 붙이고 있다 / 코끼리 똥을 머리에 이고 / 코끼리 코트 / 화두話頭 / 1월 1일 / 사과 / 도박 / 웨스턴바 바밤바 / 개관식

2부
신이 만든 계절이 기록되지 않았다 / 우리, 집으로 가자 / 너희는 손 하나 까딱할 필요 없다 / 민족해방 / 왜 꽃그늘 아래서 슬픔을 찾나요 / 백패킹(Backpacking) / 해방촌 오르는 길 / 구름 / 안녕 / 바나나 우유를 마시며 /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3부
매미 / 제가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 사춘기 / 11월 11일 / 후암동 재개발 구역 / 길 / 양들의 침묵 / 당신의 집 근처에서 / 바라건대 우리에게 보습 대일 땅이 있었다면 / 곧 죽어도 겨울 / 빈 어택(BIN Attack) / 평범한 사람 / 환전 / 가위바위보 / 앉았다 일어서면 / 참외 / 함께 춤을 추어요 / 8월, 가배嘉俳 / 동물원

4부
선퇴蟬退 / 내마 / 신열 / 반영反映 / 서울역 7017, 휘파람을 부세요 / 미수금 / 그렇다고 우리를 데려가실 건 아니잖아요 / 반함飯含 / 생명보험 / 가시연꽃 / 꽃밭 / 수련

해설 고도를 기다리는 시간, 함께 춤을 추어요 | 이주영 (연극평론가· 대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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