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세상은 더 나아져야만 하고, 그 변화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확신. 위르겐 하버마스는 자신의 대학 시절과 전후 독일 사회의 경험을 출발점으로, 철학을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비판적 작업으로 다시 정의한다. 슈테판 뮐러-돔, 로만 요스와의 대담을 통해 그의 지적 생애와 사유의 형성 과정이 압축적으로 펼쳐진다.
카를-오토 아펠, 니클라스 루만 등 동시대 사상가들과의 논쟁, 프랑크푸르트학파의 계승과 변형, 분석철학과 프래그머티즘의 수용 과정도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하버마스 사유의 핵심이 단일한 교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전통을 매개하고 재구성하는 ‘방법적 태도’에 있음을 보여 준다.
개인적 회고를 넘어 전후 독일 철학과 사회이론의 변동을 재구성하는 사상사적 문서에 가까운 인터뷰집이다. 철학이 역사적 현실 속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오늘날의 정치적 현실 앞에서 실천적 이성이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다시 묻게 한다.
출판사 리뷰
“나의 대학 첫 학기의 경험을 생각하면, 당시 철학적 계몽에 대한 나의 지적인 욕구를 철저히 관통하고 있던 정치적 확신이 다시 살아납니다. 그것은 세상은 더 나아져야만 하고, 과연 세상이 더 나은 곳으로 변화될 것인가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다채롭고 광범위한 위르겐 하버마스의 저작 속에서 대화와 인터뷰는 특출한 지위를 차지한다. 르네 괴르첸이 수많은 언어로 번역된 위르겐 하버마스의 주요 저작들을 개관하면서 확인했듯이, 2019년까지 이미 250개 이상의 인터뷰가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바 있다. 괴르첸이 밝혔듯이, 이 인터뷰들과, 역시 다수인 그의 반론들은 “자신의 견해와 인식, 즉 자신의 진행 중인 작업을 기꺼이 해명하려는” 하버마스의 변함없는 자세를 드러낸다.
이 책은 위르겐 하버마스가 슈테판 뮐러-돔 및 로만 요스와의 대담을 통해 자신의 지적 생애를 회고하며, 현대 철학과 사회이론의 핵심 문제들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인터뷰집입니다. 단순한 대담집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개인적 회고를 넘어 20세기 후반 독일 철학의 변동, 특히 전후 세대가 직면했던 역사적 단절과 그로부터 비롯된 비판적 사유의 형성 과정을 치밀하게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사상사적 문서에 가깝습니다.
하버마스는 나치 시대 이후의 “뒤늦은 탄생의 세대”로서 자신이 경험한 윤리적·정치적 각성을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그는 철학을 형이상학적 진리 탐구의 학문으로 이해하기보다,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려는 실천적 동기에서 비롯된 비판적 작업으로 재정의합니다. 이러한 입장은 그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으로 수렴되며, 이후 의사소통 행위 이론과 논의윤리학으로 구체화됩니다.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은 하버마스의 사상이 고립된 철학적 체계가 아니라 동시대 사상가들과의 긴밀한 논쟁 속에서 형성되었음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는 점입니다. 카를-오토 아펠, 디터 헨리히, 니클라스 루만 등과의 이론적 긴장, 프랑크푸르트학파 내부의 계승과 변형 문제, 그리고 분석철학과 프래그머티즘의 수용 과정이 입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하버마스 사유의 핵심이 단일한 교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전통을 매개하고 재구성하는 ‘방법적 태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인터뷰는 전후 독일 사회의 정치적 현실이 철학적 문제 설정에 어떻게 개입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 줍니다. 하버마스에게 철학은 언제나 역사적 상황 속에서 시험되는 실천적 이성의 문제였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그의 “탈형이상학적 사유”는 단순한 이론적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에 대한 응답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정치적 현실에 맞서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책은 한 철학자의 자전적 기록을 넘어, 근대 이후 이성이 어떤 방식으로 자기 갱신을 시도해 왔는지를 보여 주는 하나의 지적 지도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 경험, 정치적 현실, 철학적 논쟁이 교차하는 이 대화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제기합니다.
나의 “최종적” 모티브를 묻는다면 그것은 완전하게 개인화하는 사회화의 상호적-평등적 인정 관계에서만 오롯이 발전할 수 있는 말의 해방적인 힘입니다. 가까움과 멂, 긍정과 부정, 해방과 퇴행, 승인과 거부, 자립과 의존은 개인들의 의사소통 경험에 속합니다. 개인들은 사회화의 과정에서만 개인 자신으로 되며,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통합된 관계 속에 있을 때만 저 양극단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습니다. 나의 철학과 사회이론 전개의 원천인 이 직관은 역사적으로 보면 칸트, 피히테, 셸링, 헤겔 이후에도 중단 없이 종교적 직관을 단호히 세속적인 것 쪽으로 이식시킨 철학자들에게서 배운 것입니다. 사회화를 통해서 달성되는 올바른 개인화를 모색할 때, 나는 그리스적 모티브보다 성서적 모티브로부터 사고합니다.
당신이 언급했듯이, 그때까지 공론장의 개념은 사회학에서 단지 여론에 관한 연구와 관련해서만 다루어졌습니다. 나의 프로젝트는 사실 야심적이었지요. 부제가 말하듯이, 나는 그때까지 덜 조명되었던 “부르주아 사회의 범주”를 발전시키고자 했습니다. “공론장”은 시민의 정치적 의지 형성에서 매체적(medial)인 하부구조이며 동시에 사회적 토대입니다. 규범적 관점에서 볼 때, “주권적으로” 파악된 “인민의 의지”가 출발하는 사회학적 공간을 특정하려 한다면, 공론장은 의회에서의 의원들의 형식적인 의지 형성과 더불어 모든 민주주의의 중심부입니다. 간단히 말해, 그 책의 주제는 가족 체계 및 경제 체계와 구분된 시민사회적 토대의 역사적 발전과 개념적 해명이었습니다.
사회 비판은 일반적으로 행위 주체와 그에 상응하는 제도가 합리적이라는 가정에 근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시민은 많든 적든 공정한 판결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그들의 갈등을 법적으로 해결할 것입니다. 이것은 “현실론자” 또는 비판적 법 연구 옹호자가 법관의 동기가 이해 관심에 따른다는 사실을 발견했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합리성 가정은 종종 일탈적인 태도도 해명해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불완전하게 작동하는 민주주의에서 시민은 자신의 표심이 경청되고, 또 정치적 과정에서 자신의 한 표가 “유의미”하다고 암묵적으로 전제할 수 있는 한에서만 습관적으로 보통선거에 참여할 겁니다. 민주주의 제도는 그의 표가 모든 다른 시민의 표와 동등한 무게를 갖는다고 약속하지요. 그것 역시 이상화하는 전제들입니다. 그러나 이 상상적 전제들은 사회적인 귀결을 낳습니다. 지속적으로 “고립”되어 있다고 느끼는 유권자는 투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위르겐 하버마스
1929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출생했고, 괴팅겐·취리히·본대학에서 철학, 역사, 심리학 등을 공부하였으며, 1954년에 셸링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56-1959년 프랑크푸르트 사회연구소에서 아도르노의 조수로 일하며 비판 이론 전통과 접촉했고, 이후 하이델베르크· 프랑크푸르트대학 교수를 거쳐 1971-1983년 막스플랑크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철학자로서 하버마스는 프랑크푸르트학파 비판 이론의 전통을 계승, 발전, 재구성하였다. 이 책의 제목 “더 나아져야만 합니다…”는 하버마스의 철학적 지향과 목표를 한마디로 압축해서 표현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공론장의 구조변동』, 『의사소통 행위 이론』, 『사실성과 타당성』, 그리고 그가 종종 자신의 마지막 책이라고 불렀던 『또 하나의 철학사』가 있다. 2025년 6월 평생의 동반자이자 동지인 부인 우테와 사별한 하버마스는 2026년 3월 작고하기 전까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목차
1. 학문적 생애의 출발점
2. 프랑크푸르트, 새로운 세계, 그리고 고색창연한 하이델베르크
3. 실증주의 비판에서 기능주의적 이성 비판으로
4. 탈형이상학적 사고와 탈초월론화된 이성
5. 『또 하나의 철학사』에 대한 후기
6. 친구 및 동료들과의 철학적 논의
주석
엮은이 해설
옮긴이 후기
인명 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