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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건축
취약성으로 연결되는 공통의 세계 짓기
가망서사 | 부모님 | 202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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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장애를 중심으로 건물, 조경, 도시를 설계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장애 건축》의 저자인 데이비드 기슨 예일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경사로와 엘리베이터로 상징되는 기존의 ‘무장애 건축’을 넘어서야 한다고 일갈한다. 접근성 확보만으로는 장애인과 여러 소수자, 그들의 관계와 삶의 방식을 배제해 온 도시의 문제에 근본적으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이동 편의에 집중하는 전략은 오히려 모더니즘 이후 도시를 차별적인 위계로 재편한 효율성과 체계성의 논리를 강화하는 역설적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 저자의 문제의식이다.

그 자신이 암 생존자이자 절단 장애인인 기슨은 당사자 정체성과 경험을 전면에 내세워 접근성 너머 진정한 ‘장애 건축’을 구상한다. 손상되고 취약한 존재들의 관점에서 건축 역사와 이론, 실무 관행을 다시 살피며 오늘날 사회에 가장 급진적인 의제를 제기하는 장애 운동과 장애학의 성찰을 접목한다.

이 책이 다루는 건축의 범위는 물리적 실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저자는 사회문화적이고 정치적인 거주의 방식으로서 건축을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부상당한 참전 군인, 가족을 잃은 여성, 몰락한 제국의 난민 들이 일구어 낸 빈의 공동체와 그곳의 유산인 공공 주택, 시민 건축, 장애 권리, 평화 문화의 기반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이처럼 자립과 연대, 자율성과 상호작용의 가치를 지향하는 건축의 상상력은 불안정과 고립, 폭력이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지금의 세계를 재편할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출판사 리뷰

★ “왜 접근성을 향한 투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가? 그것만으로는 건축이 역사적으로 장애인을 막아섰던 무수한 방식의 문제를 전부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손상을 통과하며, 누락에 저항하며, 접근성 너머로 확장하는 장애 건축 지침서


《장애 건축》은 예일대 건축대학원 교수인 데이비드 기슨이 쓴 본격적인 장애 건축 지침서이다. 암 생존자이자 절단 장애인인 기슨은 평생 의족과 휠체어를 사용하며 살아왔다. 일상생활은 물론 건축 교육과 실무 현장에서 장애를 통과해 온 그의 정체성과 경험이 이 책의 원천이 되었다.
오늘날 장애 운동과 장애학이 정치적으로나 사회문화적으로 가장 급진적인 의제를 던지는 와중에도, 건축 분야에서 장애를 다루는 태도는 여전히 한정적이라는 것이 저자의 문제의식이다. 건축가는 ‘장애라는 문제’에 대한 기술적 해결책인 접근성의 틀에 갇혀 있으며 정형화된 배리어 프리 가이드라인에 대응하는 데 급급하다. 물론 장애인이 닿을 수 없었던 건축물과 대중교통, 거리에 경사로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당면 과제 자체의 정당성을 의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장애와 건축을 결부 짓는 가능성의 전부일까?
건축에서의 소외는 장애인 사용자의 활동을 물리적으로 제한하는 차원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기에, 그 지점에 국한된 접근성은 불완전한 인식틀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현재의 도시가 손상, 무능력, 취약성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메커니즘으로 설계된 근간에는 효율성과 체계성을 내세운 모더니즘적 가치관이 있다. 우리를 둘러싼 건축물과 경관에서 어떤 인간과 신체가 존재할 만한가, 어떤 행위와 활동에 효용이 있는가, 과연 어떤 세계가 이상적인가를 판단하는 특정한 신념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듯 도시가 장애를 발생시키는 중층적인 구조에 비추어 볼 때 접근성을 증대하려는 시도의 의의는 기존의 도시에 손상 있는 존재들을 (기껏해야) ‘포용’하는 피상적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다. 하지만 장애인 자신이 도시의 근원에 이의를 제기하고 직접 대응 방안을 구상한다면? 그로부터 건축이 변혁될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책은 주장한다.

★ “이 책은 건축의 기본 개념들을 장애의 시좌에서 하나씩 다시 배치하게 만든다.” -최춘웅,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이 여정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될 수 있을까? 저자는 건축 역사와 이론을 되짚으며 지금껏 시도되지 않았던 장애 건축의 계보를 발명할 실마리를 찾는다. 장애와 건축 담론에서 ‘접근성’은 종종 ‘역사성’의 반대편에 놓여왔다. 이는 건축과 도시의 역사 가 장애인의 존재, 손상과 취약성의 역할 없이 형성되었다는 통념을 반영한다. 예를 들면 문화유산에 대한 접근성 확대안은 항상 그곳의 원본성을 변형할 위험과 함께 거론된다. 저자가 생각하기에 이런 이분법은 장애인을 ‘앞으로 포용되어야 할’ 시혜의 대상으로 위치시키며, 접근성 요구는 그 편협한 전제를 강화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기도 한다.
하지만 서구 건축사의 기원으로 일컬어지는 고대 그리스 유적 아크로폴리스만 살펴보더라도 장애인의 역사적 부재는 사실이 아니다. 최근 그곳에도 엘리베이터와 점자 안내판이 설치되고 터치 투어 프로그램이 도입되면서 “장소의 진정성”을 훼손한다는 논란이 거셌지만, 정작 예전 아크로폴리스의 주된 경로가 거대하고 상호 연결된 경사로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여러 침략의 과정 중 파괴된 그 경사로를 재건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무산되었다. 고대 사원은 원래 부상 군인, 임산부, 병자들이 방문했던 곳이며 다채로운 군중이 무리 지어 길을 오르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관례이자 공동체 활동이었다는 사실은 주류 역사에서 지워진 것이다.
이런 증거는 흔히 ‘진실’로 인식되는 역사가 특정한 관점으로 선택되었다는 것, 특정한 비전과 목표하에 상상되었다는 것을 밝히며 누가 역사를 편집할 자격과 권한을 지녔는지를 되묻게 한다. 장애 건축의 계보 역시 바로 그 지점, 장애인의 존재와 부재 사이 긴장과 모순의 자리를 파고들며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손상된 주체들을 복원하는 시도는 역사를 박제된 틀에서 꺼내 새로운 질문과 비판의 장으로 해방하는 결과로 이어지며, 바로 그것이야말로 장애의 시좌로 건축을 재구성하는 가능성이다.

★ “장애 건축은 손상에도 불구하고 혹은 손상에 적응해서,가 아니라 손상을 통과해서만 가능한 실천의 방식이다.”

책은 이런 구조적 관점으로 장애 건축의 실행을 구체화해 나간다. 저자의 구상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장애인을 건축의 대상으로 보는 접근성의 관점에서 벗어나, 건축을 생산하는 주체로 장애인을 재조명한다는 점이다. 참고 사례 중 하나는 제1차 세계대전 후 오스트리아 빈에서 일어난 ‘정착민 운동’이다. 당시 부상당한 참전 군인, 남편을 잃은 아내들, 몰락한 제국의 난민들이 빈 교외 삼림 지역을 점유해 정착지를 마련했는데, 그들의 주거 형태가 사회 전반에 파장을 일으켰다. 그들은 손상을 지닌 신체에 맞는 시공법을 고안해 직접 건축물을 지었으며, 텃밭 농사로 자급자족하고 공동체를 조직하는 등 전후 피폐해진 경제 상황에 대처하는 자립 생활 모델을 만들어 냈다. 뒤이어 이 모델을 확산하기 위한 시 차원의 프로젝트가 추진되었으며, 청각장애가 있는 건축가 아돌프 로스가 책임자로 임명되어 정착지 건축을 시스템화했다. 이들 정착지는 훗날 빈의 사회 주택과 공공 주거 정책을 촉발했을 뿐 아니라 빈의 군사 문화를 축출하고 평화화를 이끈 시민사회의 근거지가 되었다.
장애인 스스로 일구어 낸 이 건축적 성취는 지금까지도 도시의 유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빈은 유럽의 수도 중 장애인 주민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제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높은 수준의 장애 권리와 접근성이 확보되어 있으며, 의수족을 포함한 이동 보조 기술을 선도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이 모든 삶의 조건이 다만 장애인을 ‘위한’ 전략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에 가치가 있다. 그것은 시민이 직접 구현한 건축 민주화의 한 양상이며, 건축가들이 접근성의 해결사 노릇을 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만들어질 수 없는 풀뿌리적 유산이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 “장애의 위험과 가능성을 누가 감당할지를 예단하는 원리로 작동해 온 도시를 다시 설계하는 것으로, 우리의 역할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 우리, 장애인과 예비 장애인이 발명할 더 민주적이고 더 창의적인 건축을 향해


저자가 “손상의 도시화”라고 명명한 이런 방식의 장애 건축은 넓은 범위의 ‘예비 장애인’을 포괄함으로써 보다 더 보편적이고 확장적인 의미를 띤다. 오늘날 다양한 인종·젠더·국적의 사회적 소수자들을 구조적으로 장애화하는 세계의 불안정과 폭력에 대응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론적 논의를 실행할 방법을 제안하며 책은 마무리된다. 저자는 수년간 “장애인의 취약성과 무능력을 하나의 원천으로” 삼는 프로젝트를 여럿 추진해 왔다. 그중 하나인 <블록 파티: 자립 생활에서 장애 공동체주의로Block Party: From Independent Living to Disability Communalism>는 2022년 뉴욕 건축센터 공모전 우승작이며, 한국에서도 2025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넓은 구역을 공동체적 삶의 원리로 재편한 이 사례에서 저자가 구상하는 장애 건축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읽을 수 있다. 다양한 장애인 주민들의 상호작용과 협력을 촉진하는 공동 공간과 주거 형태, 사적 소유의 한계를 넘어서는 커머닝 전략에 기반해 설계되었다. 효율성의 지배에서 벗어나 취약성으로 연결되는 세계의 가능성은 손상을 지닌 존재들이 주도하고 연대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장애 건축의 계보를 계속 진전시켜 나가는 것은 다음의 건축가들, 거주자들 모두의 몫일 것이다.




내 핵심 주장 중 하나는 바로 우리(장애인 건축가, 평론가 그리고 건축 공간의 거주자)가 손상에 기반한 공간 정치의 범위를 확장해 접근과 접근성에 집중해 온 역사를 보완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용과 효용에 국한되지 않는 손상의 정치학과 건축 환경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 책은 건축물, 건축 역사와 이론에 장애화 개념이 광범위하고 뿌리 깊게 내재해 있다는 것, 나아가 이를 더욱 정교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건축에 관여한 장애인들의 잊힌 투쟁을 되살려 현대의 건축 및 인권 논의에 이으려 한다. 이같이 개념과 과거 투쟁 사례를 검토하고 그로부터 비롯될 실천을 상상하는 것이 곧 장애 정치 그리고 장애 경험을 한층 온전히 표상하는 건축을 향한 과정의 첫걸음이다. -<들어가며> 중

왜 접근 가능한 건축을 향한 투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가?(...) 접근 가능한 공간이라는 비전만으로 건축이, 그리고 그 역사와 실행이 장애인을 막아섰던 무수한 방식의 문제를 전부 해결할 수는 없다고 믿는다. 건축은 장애인이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차원 이상으로 우리를 배척해 왔고 그러므로 접근 가능한 디자인이라는 발상과 구현은 불완전한 대응에 지나지 않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보자면 이 개념은 종종 장애를 보는 기존의 협소한 관점과 역설적인 관계를 맺었다. 즉 불공평을 해결하는 기술을 표방했으나, 그 불공평이 손상에 대한 제한된 관점에 기반하므로, 오히려 그 관점을 강화한 측면이 있다. -<들어가며> 중

  작가 소개

지은이 : 데이비드 기슨
건축사학자이자 건축 이론·비평 저술가이다. 주된 연구 주제는 근대 및 후기 근대 건축과 디자인에 내재된 생리학적·환경적 개념이다. 특히 건축이 공간 내에 건강, 안정성, 역량, 정상성을 구현하는 방식에 관심을 갖고 역사적 분석과 대안적 개념 제시 작업을 한다. 《장애 건축》 등 네 권의 책을 집필했으며 큐레이터, 디자이너로도 활발히 활동한다. 베니스비엔날레, 캐나다 건축센터, 미 국립건축박물관에서 위촉 큐레이터를 지냈으며 뉴욕 현대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등에서 워크숍 및 공공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22년 뉴욕 건축센터 공모전 수상작인 <블록 파티: 자립 생활에서 장애 공동체주의로>는 2025년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도 전시되었다. 컬럼비아대학교,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빈 예술아카데미 등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현재 예일대학교 건축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목차

표지 설명

들어가며. 왜 접근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가?
1장. 손상을 보존하는 기념 건축물
2장. 병약함에 열린 자연
3장. 장애를 중심에 둔 도시화
4장. 손상의 관점으로 형태에 맞서기
5장. 환경을 장애화하기
6장. 장애와 건설을 연관 짓기
나가며. 장애의 실천

감사의 말
감수자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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