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40년 가까이 디자이너이자 교육자로 살아온 이나미 작가가 갑작스런 임종 위기를 맞은 아버지를 돌본 경험을 바탕으로 특별한 에세이를 출간했다. 이 책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와 평안한 죽음을 맞게 해드린 117일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이때의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남겨진 삶을 어떻게 하면 주체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을까를 묻고, 이에 답하는 실천적인 생애 설계도를 그린다.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관련 정책과 제도를 살피며 노화와 노쇠, 생애 말기 돌봄, 연명의료와 재택 임종, 안락사와 조력 존엄사 등 현대 사회의 이슈가 된 다양한 문제를 일목요연한 그래픽과 함께 소개한다. 아울러 죽음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대화의 지평을 열어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오늘날, 이 책은 우리의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디자인 지침서가 될 것이다.
출판사 리뷰
병원이라는 차가운 시스템 대신, 살던 집에서 맞는 따뜻한 엔딩한국 사회에서 죽음은 흔히 병원이라는 의료산업 시스템 안에서 ‘관리’되며, 개인의 삶은 존엄성을 잃은 채 연명되곤 한다. 저자는 인지증(치매)을 앓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임종 위기 앞에서, 입원 치료의 관행을 거부하고 가정형 호스피스(방문간호) 시스템을 찾아내 아버지를 집으로 모신다. 가족과 요양보호사의 24시간 협업으로 가능했던 재택 임종의 과정은, 의료시설에 맡겨진 죽음 대신, 가족이 지켜보는 따뜻한 이별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디자이너의 시선(Design Thinking)으로 본 생애 돌봄 정책단순한 에세이를 넘어 이 책이 지닌 변별성은 관련 정책과 제도를 바라보는 ‘디자인 싱킹’의 관점이다. 저자는 영국과 일본의 앞선 사례를 짚어보며 대한민국 공공의료 서비스와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안고 있는 ‘재택 임종의 사각지대’를 예리하게 분석한다. 나아가 1인 가구도 안심하고 집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통합 돌봄 매니저’와 ‘AI 보호사’가 결합된 미래지향적인 돌봄 통합 시스템을 제안하며 이를 정보 그래픽으로 정리해 설득력을 더해 준다.
세대 간의 합작으로 맞는 임종, 삶과 죽음의 지혜로운 여정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지금, 죽음은 결코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부모를 돌보고 나면, 언젠가는 자신의 마지막을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침묵 속에서 죽음을 삶의 영역 밖으로 밀어내며 살아간다. 이 책은 그 침묵을 깨고 죽음에 관한 대화를 삶의 한가운데로 끌어온다. 떠나는 이와 남겨진 이의 삶은 결코 분리될 수 없기에, 삶을 이해하기 위해 죽음을 공부해야 한다는 저자의 고백은 그간 상투적으로 제기되던 ‘삶과 죽음’의 문제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나’를 클라이언트로 섬기는 ‘셀프 돌봄’과 실천적 대안들책의 후반부는 철저히 ‘나의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향한다. 노화에 따른 변화를 수용하는 생활 습관의 재편부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곡기를 끊어 삶을 마감하는 단식 존엄사에 대한 철학적 사유, 유골을 자연에 뿌리는 산분장, 그리고 살아있을 때 사랑하는 이들과 인사를 나누는 ‘생전 장례식’ 기획까지 담아냈다. 타인의 삶을 디자인하던 저자가 이제 스스로를 가장 중요한 클라이언트로 삼아 써 내려간 통찰은, '각자도사(各自圖死)'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죽음은 순간이 아닌 과정이며, 그 과정은 다름 아닌 삶의 시간이다.”라는 저자의 선언처럼, 이 책은 생의 마지막 날들을 두려움 없이 맞이하고 싶은 시니어들은 물론, 노부모의 돌봄과 마지막 배웅을 고민하는 모든 자녀 세대에게 온기 어린 지침서가 될 것이다.

나는 아버지가 생의 마무리 단계에 서서히 진입하며 겪던 변화의 과정을 낱낱이 살필 수 있었다. 어머니 때는 보이지 않던 삶의 커다란 행로를 비로소 볼 수 있었다. 부모님의 생애 말기를 함께함에 있어서 그저 건강히 오래오래 사시도록 최선을 다해 모시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도 막연하고 피상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삶의 한가운데서 맞닥뜨린 이 일은 아버지의 죽음과 나의 삶이 교차하며 엄청난 깨달음을 남긴 ‘인생사건’이었다. 아버지를 배웅하고 나니 이제 나에게 남아 있는 삶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도 보다 선명해졌다. 잘 죽기 위한 준비는 결국 잘 살기 위한 노력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 것이니, 삶의 마무리 단계에 대한 나의 공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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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다가올 죽음을 아쉬움 없이, 두려움 없이 맞이하기 위한 방법은 미리 준비하는 것뿐이다. 생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 가족이나 의료진에게 몸을 의탁하게 되었을 때, 삶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은지에 대한 본인의 의사가 분명해야 그에 부합하는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려면 아직 건강할 때 죽음에 대해 진지한 사유의 과정을 거쳐 입장을 정리해두어야 한다. 생의 마무리 단계에 처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필요한 공부를 해놓아야 한다. 혹여라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능력을 상실할 경우를 대비하여 자신의 생각과 결정을 가족에게 미리 알려두어야 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생의 마무리 단계에 발생할 수 있는 ‘연명의료’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분명히 해두기 위한 법적인 장치이다. 하지만 이것은 최소한의 방향성일 뿐 세심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여러 경우의 수가 있다. 인생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듯,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도 세심한 설계가 필요한 것이다. ‘설계’라는 말이 시사하듯, 이것은 미리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나 언젠가 맞이하게 될 죽음에 대해 가족, 친구들과 함께 담담하게 이야기 나누는 일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상의 문화가 되어야 한다.
(중략)
이 책은 아직 건강할 때 시작하는 죽음 준비 작업의 일환으로, 내 삶의 완성을 위한 설계도를 진지하게 그려보기 위해 시작되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생의 마무리 단계에 닥치게 될 ‘죽음’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살펴보고, 우리 앞에 놓인 문제를 정의하며, 개인적 차원으로나마 그 대처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아버지 삶의 마지막 날들을 함께하며 고군분투하던 시간을 기억하면서, 언젠가 겪게 될 내 죽음의 당사자로서 치열함과 냉철함, 그리고 삶에 대한 감사함을 잃지 않고자 한다. 죽음이 내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다가올지는 모르지만 삶의 주체로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는 점에 마음이 놓인다. 이 멋진 일을 늦지 않게 깨닫게 되어 감사하고, 도전을 결심하게 되어 설레기도 한다. 이 일은 긴 세월을 살면서 내가 노력을 기울여온 그 어떤 일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일이며, 내 가슴을 가장 두근거리게 하는 디자인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죽음에 대한 문제를 배제한 ‘인간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디자인’은 미완의 가정에 불과할 뿐이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강을 건너는 바로 그 순간까지도 분명 ‘삶’의 시간인데, 나는 이러한 점을 한 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혹시 다들 나와 같다면 삶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이해는 반쯤 가다 만 셈이다. 생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 맞닥뜨릴 ‘더 나은 죽음’에 대한 고민과 대처 방안까지 포함시켜야 진정한 의미의 ‘더 나은 삶’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나미
죽음에 대해 아무런 준비 없이 어머니를 떠나보낸 후 가족이 합심하여 홀로 되신 아버지를 돌보던 어느 날 응급실에서 아버지의 ‘수 시간 내 임종 가능성’을 통보받았다. 운명의 자비로 죽음은 잠시 유보되었으나 인지증(치매)으로 자신의 죽음 앞에 속수무책인 아버지의 존엄한 죽음을 이루기 위해 아버지를 집으로 모시고 오기로 결정했다. 그 과정에 힘겹게 넘어야 했던 현실의 장벽을 경험하며 ‘더 나은 죽음을 위한 삶 디자인’의 필요성을 절감했으며, 디자이너의 시각에서 이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문제 해결의 방법을 찾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의 ‘더 나은 죽음을 위한 설계도’를 그리게 되었다. 평생을 디자이너, 디자인 교육자로 살아왔으며 2026년을 기점으로 대학 강단에서의 업을 마무리하고 삶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며 몸소 ‘삶 디자인’을 실천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시각·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전공 교수를 역임하였고, 1995년 설립한 스튜디오 바프(BAF)와 함께 디자인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저서로 『나의 디자인 이야기』, 『궁금해요! 디자이너가 사는 세상』, 『프라하에서 길을 묻다』, 『이스탄불로부터의 선물』 등이 있다.
목차
시작하며
1. 죽음을 통해 배우는 삶
2. ‘더 나은 삶을 위한 디자인’의 완성을 위하여
1장 죽음 준비에 대한 인식의 전환
1-1 인생은 시한부 : 남아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1-2 나이듦에 대한 이해 : 노화와 노쇠는 다른 것이었다
1-3 당하는 죽음의 피해자 vs 맞이하는 죽음의 설계자
1-4 삶의 마무리를 위한 담담한 계획
1-5 죽음에 대한 일상적 담론의 필요성
1-6 살던 집에서 혼자 살 수 있는, 죽을 수 있는 권리 :고독사 vs 재택사
2장 생의 마지막 날들의 여정 맵
2-1. 노쇠의 과정 : 의학적 팩트를 삶의 서사로 번역하다
2-2. 인생의 아홉 번째 단계 : 상실의 시기를 초월의 시기로
2-3. ‘좋은 죽음’을 위한 조건들 : 죽음은 세대 간의 협업이다
2-4. 사망 장소에 따른 죽음 여정의 현황
2-5. 생의 마무리 단계의 여정별 시나리오
2-6. 삶의 마무리를 위한 시간
3장 존엄한 죽음을 둘러싼 불법과 합법
3-1.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둘러싼 논란
3-2. 타인의 행위가 개입된 죽음 : 타살 vs 안락사
3-3. 존중받고 싶은 죽음 : 자살 vs 조력 존엄사
3-4. 인위적인 죽음과 자연스러운 죽음 사이 :적극적 안락사 vs 소극적 안락사
3-5. 법을 초월한 존엄한 선택 : 의료사 vs 단식 존엄사
3-6. 각자도사를 위한 합법적 결정
4장 더 나은 죽음을 위한 삶 디자인
4-1. 삶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노년 생활 디자인
4-2. 삶은 셀프 : 셀프 돌봄을 위한 디자인
4-3. 죽음도 셀프 : 의지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디자인
4-4. 재택임종 : 집에서 죽을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 디자인
4-5.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한 사회 문화 디자인
4-6. 아름다운 엔딩을 위한 삶의 서사 디자인
마치며
1. 나의 더 나은 죽음을 위한 삶 디자인 설계도
2. 내 죽음의 총괄 디렉터에게 남기는 글
감사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