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연극 속 폭력은 모의(simulation)와 실제(actuality)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연극 속 싸움 장면에서부터 전투 재연, 프로레슬링쇼, 바디아트, 단식투쟁, 전쟁 행위에 이르기까지, 폭력을 재현하는 다양한 수행적 방식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의미를 생산한다.
이 책은 연극과 공연을 통해 폭력을 숙고하는 일이 필요하고 바람직하다는 관점에서 쓰였다. 예를 들어, 뉴스는 폭력의 이미지와 설명을 쏟아내지만, 멈춰 사유할 공간과 시간은 제공하지 않는다. 반면 세계의 다양한 상상적 변형을 시험해볼 수 있는 연극 무대는 실제 혹은 잠재적 폭력을 성찰할 수 있는 공간과 구조, 맥락을 제공한다.
대다수의 경우 관객은 자신이 보는 것이 실제 폭력이 아니라 모의 연기임을 알고 있다. 관객은 허구에 몰입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모의 상황임을 의식할 수 있고, 폭력 장면은 즐거우면서도 혐오스러운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킬 수 있다. 관객은 자신의 몸을 통해 폭력을 이해하는 신체적 경험을 한다. 복부 가격을 설득력 있게 연출하면, 움찔하거나 가볍게 숨을 들이키게 된다. 빠르고 격렬한 검투 장면을 따라가다 보면, 심박수 증가와 아드레날린 분출을 경험하기도 한다.
출판사 리뷰
우리는 왜 끔찍한 폭력을 보는가
연극과 공연을 통해 배우는,
폭력을 해석하고 혐오감을 느끼고 정상화하고 저항하는 방법
“드라마란 세계가 어떻게 폭력적으로 구성되는지를 비추는 거울이다.
연극에서 폭력을 표현하는 방식의 세련됨과 변화는,
우리가 서로에게 가하는 폭력의 형태가 진화하는 방식과 보조를 맞추어 진화해왔다. 그것이 가정 내 미묘한 갈등이든, 기업의 구조적 폭력이든, 국가가 주도하는 파괴 행위든.”
〈연극 그리고Theatre &〉 시리즈는 상기한 ‘인간사의 축도’ 로서 연극에 대한 다양한 사유와 담론을 학술적으로, 그러나 친근한 어투로 풀어낸다. 시리즈의 필진이 세계의 저명한 연극학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은 저자들의 명성에 걸맞은 본 시리즈의 학술적 가치와 무게감을 방증한다.
_「한국현대영미드라마학회 서문」에서
지난 50년 동안 연극과 퍼포먼스는 젠더, 경제, 전쟁, 언어, 미술, 문화, 자아감을 재고하는 중요한 은유와 실천으로 활용되었다. 〈연극 그리고〉는 연극과 퍼포먼스의 끊임없는 학제 간 에너지를 포착하려는, 짧은 길이의 책들로 이뤄진 긴 시리즈다. 각 책은 연극이 세상을 어떻게 조명하는지, 세상이 연극을 어떻게 조명하는지 질문하며, 연극과 더 넓은 세상이 보여주는 특정 측면 사이의 연관성을 탐구한다.
_「Theatre and 시리즈 원서 편집자 서문」에서
『연극 그리고 폭력』은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라 실제를 비추는 거울이다. 저자는 정치 연극에서 퍼포먼스 아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례를 다루면서, 폭력을 단순한 볼거리로 취급하지 않고 연극 속 폭력을 통해 폭력을 어떻게 해석하고, 혐오감을 느끼고, 정상화하고, 저항해야 하는지 깨달음을 얻도록 촉구한다. 이 책은 학자뿐 아니라 연극 종사자들에게도 필수적이며, 모든 폭력의 무대 연출에는 윤리적 무게가 따른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연극과 폭력에 대한 사유 : 폭력 수행과 관객성
연극 속 폭력은 모의(simulation)와 실제(actuality)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연극 속 싸움 장면에서부터 전투 재연, 프로레슬링쇼, 바디아트, 단식투쟁, 전쟁 행위에 이르기까지, 폭력을 재현하는 다양한 수행적 방식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의미를 생산한다. 이 책은 연극과 공연을 통해 폭력을 숙고하는 일이 필요하고 바람직하다는 관점에서 쓰였다. 예를 들어, 뉴스는 폭력의 이미지와 설명을 쏟아내지만, 멈춰 사유할 공간과 시간은 제공하지 않는다. 반면 세계의 다양한 상상적 변형을 시험해볼 수 있는 연극 무대는 실제 혹은 잠재적 폭력을 성찰할 수 있는 공간과 구조, 맥락을 제공한다.
대다수의 경우 관객은 자신이 보는 것이 실제 폭력이 아니라 모의 연기임을 알고 있다. 관객은 허구에 몰입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모의 상황임을 의식할 수 있고, 폭력 장면은 즐거우면서도 혐오스러운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킬 수 있다. 관객은 자신의 몸을 통해 폭력을 이해하는 신체적 경험을 한다. 복부 가격을 설득력 있게 연출하면, 움찔하거나 가볍게 숨을 들이키게 된다. 빠르고 격렬한 검투 장면을 따라가다 보면, 심박수 증가와 아드레날린 분출을 경험하기도 한다.
에드워드 본드(Edward Bond)의 〈빙고Bingo〉에서는 젊은 여성이 교수대에 매달린다. 미셸 테이트(Michelle Tate)는 이 죽은 소녀 역을 맡아 완전한 정지 상태로 20분간 서 있었다. 그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섬뜩했고, 때로는 배우를 마네킹으로 착각한 관객들이 있을 정도로 불편한 정적을 자아냈다.
〈뷰티 퀸The Beauty Queen of Leenane〉 […] 관객은 스토브 위 냄비에서 물이 끓는 장면을 보았고, 그 끓는 물을 한 인물에게 뿌리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느낀다. 이 장면의 공포는 전적으로 배우 제인 브레넌(Jane Brennan)의 연기 방식에서 비롯되었다. 브레넌은 갑작스럽거나 분노에 찬 폭력으로가 아니라, 담담하고 일상적인 몸짓으로 그 행위를 수행했다. 바로 그 무심함의 리얼리티가 관객에게 가장 큰 충격을 주었다.
보여주는 행위 : 다양한 폭력 연출과 이데올로기적 함의 그리고 정전적 폭력
수많은 연구들이 모의된 폭력을 시청하거나 경험하는 것이 실제로 사람들을 더 폭력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가에 대한 이론을 입증하거나 반박하려 했다.
올리버 스톤(Oliver Stone)의 1994년 영화 〈내추럴 본 킬러Natural Born Killers〉가 일련의 총기 난사 사건에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례가 있다. 미국 초등학교 6학년 아이는 〈내추럴 본 킬러〉가 여러 학교 총기난사 사건에 영감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는 영화로 언급되는 것을 들었고, 그 영화를 꼭 보고 싶어 했다. 아이는 “그걸 보고 나니까 마치 현실처럼 느껴졌어요. 그리고 거기에 익숙해졌어요”라고 말했다. 그후 어떻게 되었는지 물었다. 아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냥…… 그것에 대해 덜 생각하게 되었어요”라고 답했다.
저자는 이 환상 속 폭력이 대응기제가 되어 실제 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디어 폭력이 사람들을 공격적으로 만들거나 범죄를 저지르게 하지는 않더라도, 사람들에게 그들이 폭력적인 세상에 살고 있으며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폭력이 필요하다고 설득하며, 옛날식 미국의 힘, 무감각한 폭력, 신체적으로 우월한 남성의 힘에 마비되어 아무것도 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주장한다.
공연으로서의 폭력과 공연을 넘어선 폭력의 구현과 목격
저자는 폭력과 공연의 관계를 고려할 때, 다시 이야기되고 상상된 폭력이 얼마나 극적이고 매혹적인지를 언급한다.
일례로, 역사 속 폭력은 단순한 구조적 장치가 아니라, 관객을 계속 몰입시키는 상상적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많은 박물관들은 전시의 생동감을 높이기 위해 공연적 해석을 활용하는데, 이를 위해 일인 배우를 고용하기도 한다. 영국의 재연 단체 실드노트(The Sealed Knot)는 영국 내전(Civil War) 시기의 삶을 연구하고 대중에게 교육하기 위해 역사적 재연을 이용한다. 참가자들은 17세기 일상생활을 기준으로, 도보로, 혹은 말을 타고 등장하며, 머스킷총, 창, 대포 등을 사용해 세밀히 계획된 전투를 공연한다. 그러나 전투의 위험과 트라우마 경험은 제거되어 있으며, 그 제거 덕분에 참가자와 관객은 폭력을 아무 문제의식 없이 즐기게 된다.
항공기를 납치하여 맨해튼의 상징적인 ‘쌍둥이 빌딩’에 충돌시킨 9.11은 반복적으로 재생산되어 전 세계로 확장되고, 그로 인해 발생한 공포를 끊임없이 되풀이했다. 이 ‘테러리스트’ 폭력 행위는 폭력의 압도적 규모, 파괴된 건물의 대표성, 그리고 그 건물이 함축한 상징적·문화적 가능성의 폭으로 인해 대중의 상상력을 강하게 사로잡았으며, 그 결과, 사건의 현장은 관람 가능한 장소로 남았다. 이러한 수용의 양상에는 뉴스와 미디어를 통한 공격 이미지의 무한 반복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아티스트 자이 레드먼(Jai Redman)은 2003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9일 동안 설치미술 작품 〈이것은 캠프 엑스레이다This Is Camp X-Ray〉를 제작했다. 테러 용의자들이 정식 재판 없이 수년 동안 구금되어 있는 쿠바 관타나모만 기지에 있는 미군 수용소 중 하나인 캠프 엑스레이에 대한 우려를 바탕으로, 그레이터 맨체스터의 어느 들판에 수용소 복제품을 만들고, 간수와 죄수 역할을 맡은 자원봉사 공연자들을 채웠다. 관객들은 울타리를 통해 자유롭게 관람하면서 공연자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사람들이 마음대로 알아차리고, 참여하고, 반응할 수 있는 공공 공간에 배치되었다. 이 작품은 공연자와 물리적 공간을 통해 폭력에 형태를 부여하여, 관객들이 실제적인 물리적 존재를 숙고하도록 만들었고, 먼 나라의 실제 폭력, 그리고 텔레비전 이미지의 반복이 만들어내는 거리감으로 무관심해진 영국 대중의 정체 상태를 흔들었다.
저자는 폭력에 대해 말하고 경청하는 행위를 통해 치유가 시작될 수 있고 미래의 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희망이 생겨난다고 주장하며, 이 과정에서 청중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저자는 폭력적 행위를 재현하기로 선택하든 선택하지 않든, 연극의 책임은 폭력에게 ‘정상적’이고 ‘인간적’인 지위를 부여하도록 돕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폭력의 묘사와 숙고는 세계에서 폭력의 만연함에 도전하거나 약화시킬 수많은 방법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연극 그리고 폭력』은 폭력을 낭만화하지 않는다. 저자는 연극이 정치적·사회적·미학적 폭력을 어떻게 무대에 올리고, 질문하고, 굴절시키는지 묻는다. 서문부터 결론까지 이 질문에 답하며 책을 읽다 보면, 피의 화려함이나 충격적인 자극뿐 아니라 전쟁, 시위, 억압, 저항과 같은 더 넓은 사회적 역동성 속에 위치한 연극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립된 행위가 아니라 문화적 문법으로서 폭력이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하는지 탐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연극학 분야에서 가장 앞선
비평적 사고를 대표하는 연극학자들이 집필한
〈연극 그리고〉 시리즈는
연극이 세상을, 세상이 연극을
어떻게 조명하는지 질문하며,
연극과 세상 사이의 연관성을 탐구합니다.
요약하면 연극은 인간 및 인간과 관계를 맺어온 모든 것의 역사적 총체이며, 이런 의미에서 연극은 ‘인간 자체’에 대한 ‘역사적 축도’라고 할 수 있다. _「한국현대영미드라마학회 서문」 에서
우리는 동시대의 많은 학술적 글쓰기의 철학적·이론적 복잡성이 더 많은 독자층에게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다. 이 시리즈의 핵심 목표는 각 주제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단번에 읽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책들은 도전적이고, 도발적이며, 때로 선견지명을 드러내며, 무엇보다도 명료하다. 독자들이 이 책들을 즐겁게 읽었으면 한다. _「Theatre and 시리즈 편집자 서문」에서
최근에는 하워드 바커(Howard Barker)의 〈유디트: 육체로부터의 이별Judith: A Parting from the Body〉에 출연해, 한 인물이 다른 인물의 목을 베는 장면을 아주 좁은 공간에서 연기한 적이 있다. 장면의 핵심은 각도의 문제였는데, 그 연출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배우 한 명이 모래주머니를 앞뒤로 톱질하듯 움직여 목이 떨어지는 소리를 만들어냈는데, 그 세밀한 음향효과가 장면의 사실감을 크게 높였다. 모든 것은 디테일에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루시 네빗
영국 웨스트오브잉글랜드 대학교 연극학과에서 선임 강사로 재직했다. 영국 무대 및 스크린 전투 아카데미British Academy Of Stage & Screen Combat, BASSC에서 무술 안무를 배웠으며 이러한 실천적 경험을 바탕으로 무대 전투, 스포츠, 스펙터클의 미학과 수행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네빗의 연구는 이론과 실기를 아우르는 독특한 관점에서 연극적 신체와 폭력의 재현, 퍼포먼스와 경쟁의 관계를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관련 주제로 다수의 학술 논문을 발표하였다. 현재는 연극과 과학의 접점, 특히 퍼포먼스와 과학적 지식 생산 사이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목차
서문(캐서린 쿠삭)
폭력 관람의 두 사례
연극과 폭력에 대한 고찰
폭력에 대한 생각/폭력 수행에 관한 사유
관객성
연극적 양식의 선택과 관습
원인과 결과
보여주기의 행위: 수행성과 이데올로기
수행적 영향/강간 연출/이데올로기적 함의
역사와 정전적 폭력
재연을 통한 역사 무대화/명예의 이데올로기적 코드
현실성과 시뮬레이션
무대전투와 게임/공연으로서의 실제폭력
공연을 넘어서
스펙터클과 테러리즘/스펙터클로서의 고통받는 신체/구현과 목격
결론
더 읽을거리
감사의 글
역자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