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미술이 마주한 시대의 시차(時差)와 시선의 시차(視差)를 통해 아시아 미술을 다시 발견하려는 시도다. 저자 조현아와 문혜인은 서구 중심의 미술사와 경제 논리 속에서 주변화되거나 이국적으로 소비되어온 남동아시아 미술을 호명하며, ‘동남아시아’ 대신 ‘남동아시아’라는 명칭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미술사적 기준과 시각의 좌표를 다시 묻는다. 식민주의와 냉전, 언어와 종교, 기술과 자본, 그리고 문화적 선입견이 만들어낸 수많은 ‘오역’ 속에서 하나의 지역으로 환원될 수 없는 각국의 역사와 예술적 실천을 살피며, 남동아시아를 새롭게 읽는 일은 결국 우리 자신의 시선을 다시 읽는 일임을 성찰한다.
출판사 리뷰
익숙한 ‘동남’을 벗어나 ‘남동’으로, 사유의 시차를 통해 다시 발견하는 남동아시아 미술
“서구 중심 미술사에서 벗어나 남동아시아 근현대 미술을 주체적 역사로 호명하는 비평적 시좌”
『시차와 시차: 남동아시아 오역하기』는 미술이 마주한 시대의 시차(時差)와 시선의 시차(視差)를 통해 아시아 미술을 다시 발견하려는 시도다. 저자 조현아와 문혜인은 서구 중심의 미술사와 경제 논리 속에서 주변화되거나 이국적으로 소비되어온 남동아시아 미술을 호명하며, ‘동남아시아’ 대신 ‘남동아시아’라는 명칭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미술사적 기준과 시각의 좌표를 다시 묻는다. 식민주의와 냉전, 언어와 종교, 기술과 자본, 그리고 문화적 선입견이 만들어낸 수많은 ‘오역’ 속에서 하나의 지역으로 환원될 수 없는 각국의 역사와 예술적 실천을 살피며, 남동아시아를 새롭게 읽는 일은 결국 우리 자신의 시선을 다시 읽는 일임을 성찰한다.
오역된 지역, 가려진 미술
남동아시아는 오랫동안 관광과 소비의 대상이자 값싼 생산기지, 혹은 서구 미술의 주변부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 지역의 예술은 식민 지배와 독립, 냉전과 국가 건설, 세계화와 자본의 흐름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역사 속에서 형성되었다. 저자는 ‘식민’, ‘현대’, ‘영어’, ‘시대’, ‘기술’, ‘종교’, ‘추정’이라는 일곱 개의 구멍을 통해 남동아시아 미술이 어떤 방식으로 이해되고 왜곡되어 왔는지 살핀다. 익숙한 미술사 서술의 틈새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보지 못했던 또 다른 근현대의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하나의 아시아가 아닌, 서로 다른 아시아들
오늘날 남동아시아 작가들은 국제 비엔날레와 미술관, 아트페어를 통해 세계 미술계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와 미술계에는 여전히 이들을 개별적인 역사와 맥락 속에서 읽어내는 연구와 비평이 부족하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과 필리핀, 싱가포르와 미얀마는 같은 지역으로 묶이지만, 식민 경험도, 종교의 역할도, 냉전을 통과한 방식도, 국가 정체성을 구축한 과정도 서로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이들을 ‘동남아시아’라는 단일한 이름 아래 묶어 이해하려 한다. 이 책은 그러한 편의적 시선을 경계하며, 국가별 사례와 예술가들의 실천을 통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복원하고자 한다. 남동아시아 미술은 하나의 양식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과 경험이 교차하는 복수의 서사임을 보여준다.
시차를 건너는, 연결의 방법
이 책은 남동아시아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자의 문화와 역사를 마주할 때 발생하는 오해와 번역의 한계를 정직하게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저자들은 시선의 차이와 역사적 간극을 뜻하는 ‘시차’를 새로운 연결의 조건으로 제안한다. 서로 다른 경험과 가치관을 가진 사회를 하나의 기준으로 재단하기보다, 그 차이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남동아시아를 향한 탐구는 결국 우리가 어떤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지 되묻게 하는 성찰의 과정이 된다.
남동아시아 현대미술은 서양 미술사를 세계 미술의 토대로 학습해온 이들에게는 그것과 통일되지 않는, 규칙 적용이 어려운 대상으로 간주된다. 게다가 식민제국으로부터의 늦은 독립, 전쟁과 내전, 독재정권의 군림, 낙후된 경제 기반은 대륙 남동아시아와 해양 남동아시아의 현대미술 양상을 파악하는 데에 주요한 걸림돌로 작용해, 지금까지도 그 자체에 대한 오인과 지식의 낙차를 발생시켜왔다
전쟁과 식민의 역사가 만들어낸 힘의 낙차는 남동아시아 국가들의 주권을 찬탈하고 사상을 통제함으로써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왜곡했다. 그 과정에서 남동아시아 예술은 서구의 예술 경향을 뒤늦게 따라잡은 아류로 묘사되거나, 토착 문화를 서구로부터 들여온 소재와 혼합하거나 정치적 선동을 겸하는 활동의 일환으로 치부되곤 했다. 이러한 인습적 설명은 남동아시아가 당면해왔고 지금도 지속 중인, 남동아시아 예술가들이 택한 조형 언어와 그 기저에 존재하는 지략을 간과하는 행위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구멍은 ‘시대’와 ‘기술’이다. 남동아시아 근현대 미술은 지난 세기의 기술 수용과 시대적 감수성이 밀집한 사건을 통째로 되돌아보게 한다. 타래처럼 꼬여 있는 1900년대의 조형 흐름을 풀어갈 때, 시대와 기술은 배경 지식뿐만 아니라 집단과 개인으로 향하는 길을 차단하는 벽으로도, 특정 장르의 호황을 읽어내는 실마리로도 작용한다. 가령 베트남에서 1930?1940년대에 출생해 화단을 이끌었던 작가들이 비단화와 옻칠 회화로 표현한 이산의 상흔은 태국이 같은 시기 유사한 소용돌이 안에서 영화와 극장의 문법을 수용해 도출해낸 결과와 다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조현아
제3회 『GRAVITY EFFECT』 미술비평공모(2019)에서 3위를 수상하며 미술비평가로 활동해왔다. 2020?2023년 『월간미술』 기자, 2024?2025년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코디네이터로 일했다. 「1950?1960년대 싱가포르 목판화에 나타난 리얼리즘의 특성 연구」로 홍익대학교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제1회 『아트인컬처』 평론 프로젝트 ‘피칭(Pitching)’ 선정자로, 『아트인컬처』 2024년 2월호에 「엄마들의 초상, 끈끈한 기념비」 제하의 글을 실었다.
지은이 : 문혜인
개인전 《Cosmos Scenery》(2018, 라움트, 서울)과 2인전 《/Unpackaged Garden/》(2016, CentreA, 밴쿠버)를 비롯해 기술 권력에 관한 워크숍 전시인 《관람차》(2022, 얼터사이드, 서울)를 기획했고, 기획 공모전 《유료만물상》(2016, 광명업사이클링아트센터, 광명)에서 3위를 수상하며 단체전에 참가했다. 「정체성 정치와 공론장을 만드는 미술의 역할」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목차
시차(視差/時差)와 변위(變位)에 따른 적록(積錄)
남동아시아 미술 연구를 위한 예비적 고찰
I 구멍들
II 연결을 위한 틈
III 제3의 시점과 표상
IV 교착(膠着/交錯)
V 오역
연결을 위하여
열대의 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