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권 “갇힌 여인”을 각색한 벨기에의 영화감독 샹탈 아케르만의 영화 〈갇힌 여인〉을 통해 ‘갇힘(captive)’과 삶, 예술의 관계를 사색하는 필름 에세이.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쓰인 이 에세이는 육아, 격리, 노동 등 스몰우드가 지난한 삶의 궤적에서 만난 통찰을 바탕으로 프루스트와 아케르만,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낸 인물들이 사로잡힌 능동적이면서 수동적인, 결국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끈질긴 욕망에 대해 치열하게 분석한다.
출판사 리뷰
마르셀 프루스트, 샹탈 아케르만, 그리고 크리스틴 스몰우드세 작가의 삶과 예술을 관통해 써낸 ‘갇힘’에 대한 아름답고 치열한 필름 에세이거대한 기억의 궁전을 지은 프루스트, 온몸으로 시간을 체험하는 영화를 만들어 낸 아케르만. 스몰우드는 프루스트의 텍스트와 아케르만의 필름을 ‘글쓰기’라는 치열한 자신의 삶, 팬데믹이 강타한 21세기 뉴욕으로 옮겨 놓는다. 육아, 격리, 노동이 섞인 스몰우드의 시간은 ‘글쓰기’라는 사건을 그대로 통과해 글 안에 각인을 남긴다. 이는 아케르만이 작품에 시간을 각인하는 방법과 유사하다.
프루스트에 사로잡힌 아케르만, 자신만의 〈갇힌 여인〉샹탈 아케르만은 〈잔느 딜망〉을 통해 여성의 시간을 시각화하는 독보적 영화 양식을 만들어 냈다. 그녀의 2000년작 〈갇힌 여인〉은 20세기 최고의 고전 중 하나로 평가받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5권 “갇힌 여인”을 각색한 극영화다. “진정한 영화 제작자라면 마들렌을 레몬인 양 쥐어짜는 짓은 하지 않을 겁니다. 제 생각에 프루스트를 고기 분쇄기에 밀어 넣을 배짱을 가진 이는 오직 영화 도살자뿐일 겁니다.”라는 프랑수아 트뤼포의 말처럼, 영화사에서 프루스트의 각색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아케르만은 프루스트의 “갇힌 여인”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아파트, 복도, 그리고 두 인물이 있다는 게 기억났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죠. 이건 나를 위한 이야기야.” 이 발언은 아케르만이 프루스트의 작품에 사로잡힌 경위를 잘 보여 준다. 스몰우드는 ‘어머니와의 관계’라는 프루스트와 아케르만의 삶 속 공통분모를 지적하는 동시에 그들이 창조한 ‘갇힌 여인’이 각각 어떤 방식으로 발생하고 표현되었는지 분석한다. 특히 소설 “갇힌 여인” 속 두 주인공인 마르셀과 알베르틴, 영화 〈갇힌 여인〉 속 두 주인공 시몽과 아리안이 각각 어떤 성격과 욕망을 지녔는지에 대한 이 책의 통찰은 삶과 예술을 동시에, 혹은 합쳐서 사유하는 스몰우드 특유의 글쓰기 방식을 잘 보여 준다. 따라서 이 책은 영화 〈갇힌 여인〉을 비평할 뿐 아니라 〈갇힌 여인〉의 예술적 토양, 혹은 예술하는 몸으로서 아케르만의 삶 자체를 조명한다.
사로잡히지 않은 채 쓰인 글은 없다“이 에세이를 쓰는 동안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시간은 에세이를 그대로 관통해 지나갔다.” 이 고백처럼 스몰우드는 글쓰기가 대상에 대한 관조가 아닌, 자기 삶과 서늘하게 부딪히며 나아가는 과정임을 증명한다. 삶은 우리를 가두는 감옥인 동시에 우리가 열망하는 바다. 이 책에서 스몰우드가 감행하는 비평적 시도는 번번이 현실에 의해 가로막힌다. 그녀는 공사장의 소음에 시달리고, 아이들의 손길에 붙잡히며, 남편과 어머니의 존재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이 사소한 일상의 방해물들은 역설적으로 삶과 시간을 관통하지 않는 글쓰기란 존재할 수 없음을, 완성된 글이란 결국 작가가 온몸으로 통과해 온 현재의 각인임을 역설한다.
이 책은 아케르만의 삶이 프루스트를, 스몰우드의 삶이 아케르만을 만났을 때 벌어지는 경이로운 화학 작용의 기록이다. 나아가 이 책은 독자에게 지금 나의 현재를 사로잡고 있는 보이지 않는 창살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만드는 강력한 촉매제가 되어 줄 것이다. 더불어 실린 조혜영 영화평론가의 해설은 아케르만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비평이라는 행위의 의미를 통찰하며, 이 책의 텍스트와 독자 사이 거리를 더욱 가깝게 만들어 줄 것이다.

아케르만이 프루스트의 “갇힌 여인” 각색을 처음 구상한 것은 1970년대, 자신의 초기 걸작 〈잔느 딜망, 코메르스가 23번지 브뤼셀 1080〉(1975)을 완성한 후였다. 그러나 당시 그녀는 그 아이디어를 밀어붙이기에는 “너무 교조적”이었다. 그녀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문학 작품을 영화로 각색해서도, 음악을 사용해서도, 컷어웨이나 숏-리버스 숏을 사용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종의 금기라고 할까요. 나는 너무 급진적이었고, 의심의 여지없이 과했어요. 하지만 영화감독으로서 나를 정의하고 형성하기 위해서는 그래야 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덜 교조적이고 덜 ‘실험적’이면서도 실험을 추구하게 되었을 때 이 아이디어로 돌아왔다. “아파트, 복도, 그리고 두 인물이 있다는 게 기억났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죠. 이건 나를 위한 이야기야.” 다큐멘터리 〈샹탈 아케르만, 여기에서〉(2010)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또 그보다 일 년 전, 그녀는 다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제 모든 영화에 복도, 문, 그리고 방이 있어야 한다고 고집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연출을 할 수 없어요. … 문과 복도들은 제가 대상을 프레이밍하도록 돕고, 시간을 다룰 수 있게 돕습니다.”
_“갇힌 여인” 중에서
아케르만은 언젠가 사람들이 어떤(아마도 오락적인) 영화를 보고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고 칭찬하는 것을 두고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 또는 관객이 시간의 경과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만드는 건 일종의 절도라고 말했다. “저는 사람들이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그들의 삶에서 두 시간을 앗아가지 않습니다. 저는 그들이 그 시간을 온전히 경험하게 합니다.”
_“갇힌 여인”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크리스틴 스몰우드
소설 《정신의 삶(The Life of the Mind)》을 썼다. 《뉴욕 리뷰 오브 북스》, 《하퍼스》, 《북포럼》, 《뉴욕 타임스 매거진》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2023년 앤서니 비아스나 소 상 소설 부문(2023 Anthony Veasna So Fiction Prize)에 당선했고, 2023년 로버트 실버스 재단 후원자 명단(2023 Silvers Grant)에 올랐다.
목차
서문
갇힌 여인
감사의 말
주석
해설
옮긴이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