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신작 장편소설로, 강렬한 분노와 솔직한 고백이 담긴 자전적 이야기다. 어린 소녀의 시선을 벗어나 중년 여성의 삶을 전면에 내세우며, ‘지금’과 ‘그때’를 오가는 내면의 기록을 통해 독자에게 깊은 흔적을 남긴다.
앤티가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미국으로 건너온 미시즈 스위트는 결혼과 가족 속에서 겪은 균열과 파국을 마주한다. 주방 옆 작은 방에서 자신의 삶을 써 내려가며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호출하고, 결혼과 사랑, 가족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실제 삶을 연상시키는 자전적 서사에 신화적 상상력을 더해 가족과 정체성의 문제를 입체적으로 그린다. 분노와 애증, 회한이 교차하는 기록을 통해 ‘지금’과 ‘그때’의 의미를 되묻고, 우리가 지나온 삶과 감정을 돌아보게 한다.
출판사 리뷰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 저메이카 킨케이드 신작
지금까지 킨케이드가 쓴 그 어떤 작품보다
강렬한 분노와 솔직한 고백이 담긴 자전적 소설
카리브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신작 장편소설. 킨케이드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자전적 성격이 강하지만, 주로 어린 소녀가 주인공이었던 기존 소설들과 달리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중년이 된 여성이다. 그녀는 주방 옆 작은 방에 틀어박혀 떠오르는 생각을 종이 위에 옮기면서 그때 보지 못했던 지금, 지금이 된 그때, 그때가 될 지금, 수많은 ‘지금’과 ‘그때’를 소환한다. 보기 드문 강렬한 분노와 솔직함이 독자의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기며 우리 각자의 ‘지금’과 ‘그때’를 돌아보게 한다. 킨케이드의 『루시』 『애니 존』을 번역한 정소영 번역가가 현재와 과거, 인물의 내면과 외면을 오가는 이 작품을 선명하고 예리한 문장으로 옮겼다.
★ 2014년 미국도서상
작은 구석방에서 종이 위에 써내려간 여성으로서의 삶
‘그때’와 ‘지금’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뼈아픈 고백
여성, 식민지 출신, 흑인, 이주민이라는 자기 정체성에 천착해온 저메이카 킨케이드는 독보적인 자전 문학의 세계를 구축해왔으며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도 거론된다. 11년 만에 선보인 이번 장편소설 『지금, 그리고 그때』는 중년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은 신작으로, 『루시』 『애니 존』 등 주로 어린 소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기존 소설들과 달리 결혼 이후의 삶을 전면적으로 다룬 강렬한 작품이다.
뉴잉글랜드의 작은 마을에 사는 미시즈 스위트는 카리브해 앤티가섬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미국으로 건너왔다. 남편이자 작곡가인 미스터 스위트는 대도시에서 살던 과거에 집착하며 아내를 무시한다. 미시즈 스위트가 육아와 가사노동의 고통을 감내하고 가족에게 헌신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녀의 결혼생활은 파국에 이르고 만다.
미시즈 스위트는 주방 옆 작은 방에 틀어박혀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글을 써내려간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순간들, 혹은 역으로 아주 사소한 순간들을 돌아보며 수많은 ‘지금’과 ‘그때’를 호출한다. 과거는 현재에 의해 재구성되며, 현재도 언젠가는 반드시 과거가 된다. 그러므로 모든 순간은 ‘지금’인 동시에 ‘그때’이고 ‘지금’과 ‘그때’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상태로 상호작용한다. 다시 말해 ‘지금’과 ‘그때’의 진정한 의미는 언제 누가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달콤하기는커녕 지독히 매운 스위트 가족
적나라한 가족생활에 신화적 상상력을 더한 이야기
“내 글은 마침표 하나까지 자전적이다”라고 선언한 킨케이드의 작품답게, 『지금, 그리고 그때』 역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자전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 소설 속 스위트 가족이 실제로 킨케이드와 그녀의 전남편 앨런 숀, 그리고 두 자녀를 강하게 연상시켰기 때문에 출간 당시 미국 현지에서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렇듯 실제 삶과의 높은 유사성으로 인해 이 소설은 도저히 허구로 느껴지지 않는, 솔직하고 내밀한 고백으로 다가온다. 인종과 계급, 문화적 환경이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서로 사랑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고, 서로를 증오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생생하게 펼쳐지며, 특히 남편의 과거 행태를 이제야 알아차린 현실을 직시하듯 서늘히 묘사하는 대목은 불편할 만큼 적나라하다.
그러나 일인칭이 아닌 전지적 시점에서 쓰인 이 작품은 단순한 사적 고백에 머물지 않는다. 킨케이드는 독특하게도 작중의 여러 인물에게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을 붙였다. 예를 들어 미시즈 스위트의 첫아이인 딸의 이름은 페르세포네다. 부모 눈에 완벽하게 보이는 아름다운 페르세포네는 어머니와 떨어져 지하 세계에서 살게 된 신화 속 페르세포네처럼 어머니에게서 멀어진다. 운동을 좋아하고 활달하지만 ADHD 치료를 받는 아들, 어린 헤라클레스 앞에는 신화 속 헤라클레스의 열두 과업만큼 힘겨운 삶의 시련들이 놓여 있다. 집안 곳곳에 굴러다니는 맥도날드 해피밀 사은품으로 받은 작은 플라스틱 인형들은 트로이전쟁에 참전했던 미르미돈 병사들로 변한다. 이처럼 아주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사물조차 신화에 나오는 존재로 변모시키면서, 킨케이드는 자신의 삶과 소설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흐리는 동시에 보편적 서사의 성격을 획득한다.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기억 속 어머니를 향한 애증
가족을 너무나 사랑하고 너무나 미워해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
남편에 대해, 아이들에 대해 생각하던 중년의 미시즈 스위트는, 어느새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쓰기 시작한다. ‘어머니’는 킨케이드 문학 전반을 꿰뚫는 핵심이다. 소설 속 아이들에게서 “어린 시절에 고통을 겪은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처럼, 오로지 엄마의 엄마만 자식에게 잔인했다는 듯이” 군다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미시즈 스위트는, 킨케이드는 “그 방에 들어앉아 망할 자기 엄마에 대한 글”을 쓴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 가족 구성원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킨케이드가 계속해서 자신의 가족을 소재로 글을 쓰며 정체성의 뿌리를 더듬는 모습에서는 집요함과 의지마저 느껴진다. 킨케이드의 글을 읽으며 우리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느껴본 적 있는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지금, 그리고 그때』에서 지배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은 ‘분노’지만, 그 분노 아래에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회한과 현재의 삶이 주는 압박 사이에서 들끓는 무척이나 복합적인 감정이 깔려 있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와 가사노동에 고통받는 미시즈 스위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미시즈 스위트가 ‘지금’과 ‘그때’를 오가며 발견해내려 했던 진실, 그녀가 누구보다도 가족을 사랑했다는 사실 또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이, 사랑이 기준이고 다른 모든 감정은 그저 사랑을 나타내는 형태에 불과하기에 미움도 사랑의 변형이다. 미움은 사랑의 정반대이고 그래서 사랑과 가장 유사한 형태이다. 미스터 스위트는 아내인 미시즈 스위트를 미워했다.
망할 가족의 옷을 돌리는 세탁기 소리가 그의 귀에 들렸다. 가족이라는 그 단일체에 그는 자신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아이들 옷, 아내의 정원 일 작업복, 아내의 속옷, 미시즈 스위트가 종이 냅킨을 못 쓰게 했기 때문에 식탁용 리넨, 침대보와 베갯잇, 욕실 매트, 행주, 수건, 빨아야 할 온갖 종류의 것들. 그는 프랑스 파리와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서 학교 다닐 때를 빼고는 뭔가를 빨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빨래는 늘 알아서 되어 있었으므로 빨래가 건반 치는 일에 끼어든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당시, 그때, 미시즈 스위트는 달콤한 슬픔 안에서 용해되었다. 빈 건물 벽을 비추던 그 햇살을 묘사할 어떤 비유도 찾아내지 못해서였다. 책상에 앉아 자신의 어린 시절에 관한 단편소설을 썼는데, 다 해야 세 쪽밖에 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딱 그만큼의 시공간에 해당하는 어린 시절의 기억만을 감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저메이카 킨케이드
1949년 카리브해에 있는 영연방 회원국인 앤티가 바부다의 수도 세인트존스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일레인 포터 리처드슨. 1966년 미국 뉴욕주 스카스데일로 건너가 외국인 입주 보모인 오페어로 일하기 시작했고, 그후 이십여 년 뒤 앤티가섬을 다시 방문할 때까지 가족과 고향으로부터 단절된 삶을 살았다. 오페어로 일하며 야간학교에 다녔고, 뉴햄프셔의 프랜코니아 칼리지에 들어가기도 했으나 결국 자퇴한 후 뉴욕으로 돌아왔다. 1973년부터 ‘저메이카 킨케이드’라는 필명으로 본격적인 글쓰기에 열중한다. 〈빌리지 보이스〉 〈미즈〉 등에 글을 기고했으며, 1976년 〈뉴요커〉 전속 작가가 되었다.식민지 출신, 여성, 흑인, 이주민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에 천착해온 킨케이드는 1983년 단편집 『강바닥에서』, 1985년 첫 장편소설 『애니 존』을 출간했다. 1990년에는 앤티가섬을 떠나 대도시에서 오페어로 일하는 소녀의 삶을 그린 자전적 소설 『루시』를 발표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내 어머니의 자서전』 『내 남동생』 『미스터 포터』 『지금, 그리고 그때』 등 자신의 가족을 다룬 작품을 쓰는 한편, 식물과 원예에 대한 열정으로 『내 정원 책』 『유색인종 어린이를 위한 원예 백과사전』 등을 출간했다. 미국도서상, 펜 아메리카 문학상, 댄 데이비드 상, 랭스턴 휴스 메달, 〈파리 리뷰〉 평생공로상 등을 받았으며, 매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목차
지금, 그리고 그때 9
옮긴이의 말 | 버림받음의 상처, 치유되지 않는 239
저메이카 킨케이드 연보 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