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오늘날 예술가는 더 이상 작품으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사진 속 모습, 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소비되는 외양과 이미지가 예술가의 정체성을 구성한다. 이 책은 “예술가는 어떻게 자신을 입어왔는가”라는 질문을 출발점으로 삼아 예술과 대중문화, 패션과 권력의 관계를 탐색한다. 나아가 가장 일상적 매개인 ‘옷’을 통해 예술가의 정체성과 사유, 예술 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며, 옷을 단순한 장식이나 외양이 아닌 예술가가 세계를 향해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예술적 언어로 바라본다.
이 책은 ‘옷’을 개인의 취향이나 스타일에 머무르지 않고, 예술가가 스스로를 연출하며 사회적 위치를 구축하는 미디어적 장치로 해석한다. 19세기 말 사진과 인쇄 매체의 확산으로 예술가의 얼굴과 옷차림이 대중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한 순간부터, 현대에 이르러 예술가가 브랜드이자 셀러브리티, 문화적 아이콘으로 소비되는 과정까지 추적하며 이미지가 어떻게 권력이 되고 외양이 어떻게 정체성을 생산하는지 살펴본다. 특히 예술가의 옷이 계급과 성별, 이념과 예술관을 드러내는 시각적 전략이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 책은 예술을 ‘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예술가를 ‘입혀서’ 읽어내는 시도이기도 하다. 가장 물리적이고 시각적 표면인 옷을 통해 예술가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세계를 꿈꾸었는지를 보다 생생하게 마주하게 한다. 우리가 소비해 온 예술가 이미지의 뒤편을 들춰내며, 예술과 패션, 미디어와 권력이 얽혀 있는 오늘날의 문화 지형을 사유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안한다. 예술과 패션, 시각문화와 정체성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는 예술을 이해하는 또 다른 관점을 선사할 것이다.
출판사 리뷰
미술사, 복식사, 문화사의 교차점에서
예술가를 이해하는 가장 사적인 방식
이 책은 회화와 조각, 퍼포먼스의 이면에서 오랫동안 주변부에 머물렀던 예술가의 외양과 복식을 중심으로, 미술사·복식사·문화사가 만나는 지점에서 예술가의 정체성과 예술의 사회적 의미를 읽어낸다. 여기서 옷은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흔적이다. 몸 위에 남겨진 시간의 자국이며, 선택과 망설임, 타협과 저항이 축적된 기록이다. 예술가들은 서로 다른 옷을 입었지만, 그 옷들은 공통적으로 “나는 이렇게 살고자 했다”라는 말 없는 선언처럼 남아 있다.
왜 어떤 예술가는 눈에 띄는 옷으로 자신을 드러냈을까. 왜 어떤 이는 끝까지 단순한 복식을 고수했을까. ‘예술가의 옷’을 따라가다 보면 그 답 또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1장 옷을 그리는 예술가’에서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회화 속에 재현된 ‘옷’을 살펴본다. 화가들이 초상화 속에서 권위와 품격을 담아낸 이상화된 복식 표현에서 출발해,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된 19세기를 지나며 옷이 점차 주체적인 의미를 획득하고 모더니즘의 언어로 변화해 가는 흐름을 조망한다.
앙리 마티스, 에드가 드가, 제임스 티소,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폴 고갱, 알폰스 무하, 앙리 드 툴르즈 로트렉의 삶과 작품을 통해 이들이 옷을 어떻게 재현하고 해석했는지, 그 안에 담긴 문화적·서사적 의미를 함께 읽어낸다.
‘2장 몸의 언어: 예술가가 입은 철학’에서는
예술가의 몸을 하나의 캔버스처럼 활용해 옷을 통해 정치적 실천과 이념, 젠더 수행, 개인적 고백과 집단적 기억, 의례적 상징 등 다양한 메시지를 담아낸 사례들을 조명한다. 단순히 매혹적인 이미지를 연출하는 차원을 넘어, 신념과 행동을 실천하는 ‘입는 예술가의 옷’에 주목한다.
구스타프 클림트, 프란체스코 칸줄로, 류보프 포포바, 바르바라 스테파노바, 요셉 보이스, 마르셀 뒤샹, 야스마사 모리무라, 신디 셔먼, 사라 루카스, 루이즈 부르주아, 트레이시 에민, 닉 케이브, 라일 애쉬톤 해리스, 길버트 프로에시, 조지 패스모어 외에도 많은 예술가들의 실험을 출발점으로 삼아, 사회 변화를 촉발하기 위한 정치적 실천의 도구로서의 옷, 젠더 수행을 실험하는 옷, 개인의 기억과 상처를 증언하는 옷, 통념과 관습을 전복적으로 드러내는 옷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옷의 예술적 가능성을 확장한 예술가들을 살펴본다.
‘3장 예술가는 스타일 아이콘’에서는
자기 이미지 연출을 통해 시대의 스타일 아이콘이 된 예술가들의 옷차림을 다룬다. 독창적인 스타일로 매스미디어의 주목을 받으며 하나의 강렬한 이미지로 각인된 이들은 예술계와 대중문화 속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존재들이다. 예술적·철학적 요소를 품고 있으면서도 시대적 유행과 결합된 미적 이미지로 기억되는 예술가의 옷을 중심으로 조망한다.
알브레히트 뒤러, 귀스타브 쿠르베,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빈센트 반 고흐,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앤디 워홀, 쿠사마 야요이, 프리다 칼로, 조지아 오키프, 제프 쿤스, 장 미셸 바스키아, 데이비드 호크니 등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일 아이콘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들이 어떻게 셀러브리티이자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는지 살펴본다.
‘4장 최고의 파트너: 예술과 패션’에서는
한때 ‘저급 예술’로 치부되던 패션과 고급예술이 오늘날 어떤 방식으로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는지, 그 경계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특히 ‘미술관에 들어간 패션 디자이너’와 ‘패션을 창조하는 예술가’를 중심으로, 서로의 권위를 강화하고 영향력을 확장해 가는 예술과 패션의 새로운 관계를 조명한다.
몸 위에 새겨진 가장 직관적인 기호,
옷으로 읽는 예술가의 정체성과 세계관
이 책은 예술가의 옷을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외양’이 아니라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읽는다. 서로 다른 시대와 지역, 예술관을 지닌 예술가들의 옷차림을 따라가며 복식이 어떻게 예술가의 삶과 작업, 정치적·사회적 태도를 시각적으로 구현해 왔는지를 탐구한다.
역사적으로 예술가의 옷은 늘 선택의 결과였다. 제도권 예술가들이 토가와 같은 고전적 복식을 통해 권위와 이상을 시각화했다면, 보헤미안과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규범을 거부하는 옷차림으로 예술과 삶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다. 러시아 미래주의 예술가들처럼 스스로를 ‘살아 있는 예술작품’으로 만들고자 한 이들에게 옷은 작품 이전에 실천 그 자체였다.
20세기에 들어서며 예술가의 이미지는 사진과 잡지, 전시를 통해 대중적으로 소비되기 시작했고, 옷은 예술가를 기억하게 만드는 강력한 시각적 기호가 되었다. 프리다 칼로, 앤디 워홀, 조지아 오키프, 장 미셸 바스키아, 데이비드 호크니, 제프 쿤스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예술가들은 옷을 통해 고통과 정체성, 저항과 유머, 권력과 자본과의 관계를 드러냈다. 이들의 옷은 작품에 종속된 부차적 요소가 아니라, 예술 세계를 확장하는 또 하나의 매체였다.
현대에 이르러 패션은 미술관과 박물관이라는 제도적 공간 안으로 들어오며 예술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패션디자이너는 전시의 주체이자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예술가는 패션 브랜드와 협업하거나 직접 패션을 창조하는 존재가 된다. 이 과정에서 예술과 패션은 서로의 권위를 강화하며 새로운 담론의 장을 만들어간다.
예술가는 왜 그렇게 입었는가, 그리고 그 옷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 책은 예술가의 옷을 통해 그들의 예술뿐 아니라 삶의 태도, 사회적 위치, 그리고 꿈꾸었던 세계까지 함께 읽어내고자 한다. 옷은 예술가가 세계와 만나는 가장 가까운 표면이자 가장 솔직한 언어이기 때문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예민희
섬유를 전공하고 패션 및 복식 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섬유 패션 기업에서 소재 트렌드를 분석하며, 사회의 다양한 현상과 맞닿아 있는 섬유와 옷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일상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옷을 따라가다 보니, 직물 한 올 한 올에 새겨진 전쟁과 약탈, 노예와 외교의 역사에 자연스럽게 이끌렸고,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욕망과 패션의 역사로 관심이 확장되었다. 이렇게 한 편의 서사처럼 이어지는 옷의 이야기를 탐구하는 일은 지금도 여전히 즐거운 작업이다.현재 대학교에서 패션과 예술 전략, 패션과 문화, 패션 소재를 강의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의 예술 전략과 패션 투어리즘, 패션 박물관, 그리고 옷감에 담긴 문화적 의미를 연구하며, 섬유와 패션이 삶과 만나는 지점에서 인간과 사회를 읽어내는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유행과 전통 사이, 서울 패션 이야기》(공저)가 있다.
목차
들어가기 전에
프롤로그_ 예술가의 옷, 또 하나의 언어
1장 옷을 그리는 예술가
1 권위와 품격의 옷을 그린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
2 옷의 뉘앙스를 그린 화가들
깃털의 두 얼굴을 그린 _앙리 마티스
모자를 그린 _에드가 드가
취향의 언어와 구별짓기 _제임스 티소
가난한 여자의 옷 _에두아르 마네
‘오리엔탈리즘’ 패션을 담은 화가들
순수 낙원에서 문명을 입은 여성들 _폴 고갱
이상화된 여성과 아르누보 스타일 _알폰스 무하
밤의 도시와 욕망의 옷 _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2장 몸 위의 언어: 예술가가 입은 철학
1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옷장
몸을 해방시킨 헐렁한 튜닉의 미학 _빈 분리파의 구스타프 클림트
수트로 선언한 미래 정치 _이탈리아 미래주의
사회주의 이념을 담은 노동복 _러시아 구성주의
낚시 조끼와 낡은 펠트 모자를 쓴 _요셉 보이스
2 예술가의 남자 옷과 여자 옷
여자 옷을 입은 남자 _마르셀 뒤샹
로즈 셀라비의 이미지를 재현한 _야스마사 모리무라
수트 속 또 다른 젠더 _젠더의 경계를 비튼 여성 예술가들
옷으로 정체성의 허구를 탐구한 _신디 셔먼
무심한 복장의 _사라 루카스
3 고백, 상처와 아픔의 옷
트라우마와 치유의 언어 _루이즈 부르주아
옷으로 쓰는 고백 _트레이시 에민
4 사회 구성 속 우리의 옷
인종차별의 충격을 입은 옷 _닉 케이브
아프리카 민족주의적 구조에 도전하는 _라일 애쉬톤 해리스
수트의 아이러니 괴짜 듀오 _길버트와 조지
3장 예술가는 스타일 아이콘
1 예술가의 옷: 권위와 자유 사이
자화상 속 귀족적 옷차림의 화가들
낭만적 파리지앵 _보헤미안의 빵모자와 검은 망토
스모크를 입은 노동하는 예술가 _빈센트 반 고흐
악동 기질의 댄디스트 _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
우아한 복장의 가족 _이삭 그뤼네발트와 시그리드 예르텐
2 현대의 패셔니스타 예술가들
스트라이프 셔츠의 파리지앵 _파블로 피카소
기괴함을 입은 초현실적 댄디 _살바도르 달리
워홀 룩을 창조한 _앤디 워홀
욕망을 감싼 도트의 갑옷 _쿠사마 야요이
고통을 승화한 라틴 아메리카 스타일 _프리다 칼로
미국 모던 패셔니스타 _조지아 오키프
과장된 남성성을 파는 수트 차림의 장사꾼 _제프 쿤스
비판이 담긴 스트리트 스타일 _장 미셸 바스키아
영국적 위트가 깃든 스타일의 대가 _데이비드 호크니
4장 최고의 파트너: 예술과 패션
1 미술관에 들어간 패션 디자이너
2 패션을 창조하는 예술가
에필로그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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