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다소 시리즈 6권. 2022년 「옛날 옛적 판교에서는」으로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가작에 선정된 김쿠만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인류는 정지했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을 퇴고하며 솔직하게 써 내려간 작가의 일기 「소설가 김쿠만의 토요일」이 함께 실려 있다. 독자는 소설을 읽은 뒤 작가의 사적인 일기를 통해 집필 과정을 엿보고, 실제 책상 사진을 보며 한 사람으로서의 작가를 만나게 된다.
『인류는 정지했습니다』는 자율주행 인공지능이 일상화된 세계에서 무력해진 인간의 쓸모를 시속 260킬로미터로 고찰하는 소설이다. 도로교통국의 유일한 교통경찰인 ‘나’는 위험한 진짜보다 안전한 가짜가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폐쇄된 고가도로의 끝을 향해 내달리는 불법 심야 경주를 통해 인공지능으로 완벽하게 통제되는 도로를 벗어나 해방감을 만끽한다.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나’의 자리는 오늘날 우리의 불안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현실과 꿈이 엎치락뒤치락 빠르게 뒤바뀌는 주인공의 소극적 반항을 절로 응원하고 싶어진다.
출판사 리뷰
“지극히 기계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나는 농담조차 되지 못한 오류일지도 모른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이 완성된 근미래,
사고도 오류도 사라진 세계에서 쓸모를 잃은 인간의 감각을 반추하다
2022년 「옛날 옛적 판교에서는」으로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가작을 수상하며 “현실감 넘치는 게임 개발 현장 묘사와 창작 AI에 대한 통찰이 발군인 소설(김보영 소설가)”이라는 평을 들었던 김쿠만의 두 번째 장편소설 『인류는 정지했습니다』가 다소 시리즈 6번으로 출간되었다.
『인류는 정지했습니다』는 인공지능 시스템에 의해 완벽하게 통제된 도로에서 핸들 없는 차에 탄 인간의 무용함을 통해 인공지능과 자동화에 밀려 점점 오류로 취급되는 인류의 운명을 은유적으로 그려낸다.
사고도, 위반도, 오류도 없는 완벽한 도로를 시속 50킬로미터의 속도로 순찰하는 ‘나’는 구형 면허증을 파쇄하고 벌금 딱지를 발부하는 도로교통국의 유일한 교통경찰이다. 인공지능 시스템에 밀려 ‘앞으로 깔린 인생의 도로가 채 1미터도 안 되는 사람’으로,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애써 명확하게 긋지 않는다. 너무 완벽해서 변화하지 않는 현실과 달리, 꿈에서만 속도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폐쇄된 고가도로의 끝까지 내달리는 심야 불법 경주에서 시속 260킬로미터로 질주하며 살아 있다는 감각을 가까스로 끌어안는다.
나와 함께 위험에 굴하지 않고 거침없이 질주하는 응급구조사 ‘한’, 모든 위험을 계산하려 드는 보험설계사 ‘루’ 그리고 과거를 동경하며 유령 차에 대한 호기심이 지대한 운전면허증 없는 교통경찰 ‘신입’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의 불안과 묘하게 맞닿아 있다. 정말로 우리의 자리는, 인간의 역할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는가.
소설 속 세계에서 도로교통국 사무실의 고장 난 커피포트의 맛없는 커피가 신입이 사 온 캔 커피로 대체되듯, 인간은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대체되고 세계의 끝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작가는 어떤 극적인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는다. 인간이 시스템을 부수고 주도권을 되찾는 화끈한 영웅담은 흔적도 없다. 대신 일방적인 경주가 끝난 뒤 내려앉은 고요 속에서 작가는 질문을 던진다. 안전하지만 모든 감각이 제거된 완벽한 세계가 되어도 우리의 역할은 존재하는가. 역할이 사라져도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존재의 방식이 감각이라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인류는 정지한 것 아닌가.
“운전하는 이가 부재하는 도로는 컨베이어벨트가 된다. 탑승자가 몇이든 운전자만이 도로를 길로 만들고, 일상을 인생으로 만든다”라는 소설가 우다영의 말처럼, 『인류는 정지했습니다』는 인간에게 역할이란 무엇이며, 역할을 잃은 존재는 여전히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지 묻는다. 어쩌면 꿈꾸는 것만이 인간이 끝내 놓지 못한 유일한 역할일지도 모른다.
“이제야 말하지만, 이 소설은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이미 할 일을 빼앗겼거나 조만간 빼앗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한 편의 소설이 태어난 책상 위 내밀한 사연
작업 일기 「소설가 김쿠만의 토요일」 수록
『인류는 정지했습니다』는 2026년 1월 8일부터 2월 1일까지 집필했고, 3월 말부터 4월 말까지 수정했다. 집필 장소는 경기도 광주시 어느 아파트의 작은 방구석, 오래된 책상 앞이었다. 작가는 일주일에 세 번씩, 시속 14킬로미터로 30분씩 달리며 소설의 속도에 대해 고찰했다. 「소설가 김쿠만의 토요일」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여러 편의 일기에는 작품 소재를 만난 순간부터 퇴고한 후 AI에게 판매량을 물어본 순간까지, 두려운 고백과 솔직한 욕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가는 소설 때문에 자율주행 인공지능 택시에 탑승하는 악몽을 꾸고, 좋아하는 프로레슬링도 인공지능 로봇이 한다면 영 감흥이 없을 것 같다고 구시렁거린다. 그러면서 대단한 차별주의자가 된 것 같으니, 미래의 인공지능은 부디 대범하게 자비를 베풀어달라며 능청스레 덧붙인다. 일기 속 작가는 미래를 두려워하면서도 끝내 농담을 멈추지 않는다. 독자는 그 익살스럽고도 불안한 시간을 따라가며 소설이 태어난 자리를 가만히 들여다보게 된다.
*시리즈 소개*
한 편의 소설, 그리고 한 사람의 하루
다산책방의 소설 ‘다소 시리즈’
다소 시리즈는 한 편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쓴 사람의 일상과 리듬, 집필의 순간을 함께 담아내는 다산책방의 한국문학 시리즈입니다. 독자는 한 편의 소설을 읽은 뒤, 소설가의 사적인 일기를 읽으며 집필의 나날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소설가의 실제 책상까지 사진으로 마주하며 한 사람으로서의 작가를 만나게 됩니다.
모든 이야기는 누군가의 책상에서 태어나며, 때로 독자는 이야기 뒤편의 책상에 앉아 있을 그 누군가를 궁금해한다는 데서 출발한 다소 시리즈는 쓰는 사람뿐 아니라 읽는 사람에게도 집중합니다. 도서 정보가 적히는 판권 페이지에는 읽은 이의 이름과 완독 날짜까지 적을 자리를 마련해 둠으로써 모든 소설은 한 사람의 독자가 읽는 순간 완성된다는 의미를 녹여내고자 했습니다.
소설을 읽는 것은 곧 사람을 만나는 일과도 같다는 생각으로, 다소 시리즈는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만남’으로서의 독서 경험을 선사합니다. 크고 작은 이야기를 아우르는 유연함, 일상의 한 조각을 담아내는 친밀감으로 한 편의 이야기와 한 사람의 하루를 담아내는 문학 컬렉션, 다소 시리즈를 펴냅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야의 끄트머리엔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고루하게 낡은 옛 기억들이 위태롭게 붙들려 있었다. 잠깐잠깐 스쳐 지나가는 잔념(殘念)들과 달리 속도감, 오롯이 그 감각 하나만큼은 내 곁에 끈덕지게 남아 있었다.
“아이러니하지 않아? 수백, 수천억 원이 투자된 기술의 향연이 펼쳐지는 레이싱 트랙은 가짜고, 돈이 없어서 공사가 중단된 고가도로가 진짜라니. 나도 예전엔 슈마허 같은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었는데.”
“위험한 진짜보단 안전한 가짜가 낫지 않을까?”
“순찰 같은 건 안 도나요?”
“순찰은 무슨.”
나는 마지막 구형 면허증을 분쇄기에 집어넣으며 신입에게 말했다.
“우리 차에는 핸들이 달려 있지 않다고.”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쿠만
영화감독 두 사람의 이름을 멋대로 약탈해서 필명을 만들었다. 2022년 「옛날 옛적 판교에서는」으로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가작, 「장우산이 드리운 주일」로 제16회 쿨투라신인상(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신들린 게임과 개발자들』, 소설집 『레트로 마니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판교』가 있다.
목차
인류는 정지했습니다
소설가 김쿠만의 토요일
소설가의 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