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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와 백마
문학과행동 | 부모님 | 20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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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인 해방 직후부터 6.25 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사내 무당인 ‘박수’ 오천수의 개인사와 미군정 고문관 육군 대위 제임스 H. 하우스만으로 상징되는 거대 권력 시스템이 한반도의 분단과 남한을, 동북아시아 반공 체제 최일선 기지로 삼기 위한 기획, 개입, 관여 등 장단기적 플랜을 실행하는 양상을 교차시킨 소설이다. 작품은 열여섯 살에 무병(巫病)을 앓는다고 가족에게 버림받은 하층민 오천수가 일제 식민지 치하로부터 벗어나자마자 겪게 된 혼란과 격동의 해방 전후 시기를 통과하면서 맞닥뜨린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어떻게 생존해 나가는가를 한국인의 기저에 있는 샤머니즘적 세계관을 통하여 보여주는 동시에, 전 세계적인 냉전과 지배 체제의 구축 일환으로 공작을 펼치는 미국의 신식민지 한국에 대한 인종주의적이고 비민주적이며 비인도적인 통치를 생생하게 기록한다.며칠 후 이승만이 하우스만을 경무대로 불렀다. 올드 맨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이보게. 하우스만. 나와 같이 평양에 가세. 임자가 채비를 좀 해주겠나. 맥아더 사령관에게는 내가 직접 얘기할 것이니 따로 보고할 건 없고. 부탁하네.”“네. 각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이보게. 명령이 아니고 부탁일세. 하하하…….”이승만이 모처럼 밝게 웃었다.하우스만은 미 8군에 특별기를 요청하는 일에서부터 미 헌병대경호팀 조직과 현지 차량 동원에 이르기까지 직접 챙겼다. 맥아더 원수의 사전 지시가 있었는지 도쿄 사령부 측에서 적극협조해 준비에 별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사령부에서 보낸 짤막한 비밀 전문이 있었는데 그 내용인즉 외국 기자들에게 이승만 대통령이 미군들 손에 의해 좌우되는 사람이라든지, 미군의 주선으로 평양에 온 것으로 보이지 않게 하도록 주의하라는 것이었다. 하우스만에게는 이승만 곁에서 얼쩡거리지 말라는 주문이기도 했다.하우스만은 도쿄 사령부가 자신을 ‘이승만의 사람’으로 의심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하우스만이 입안으로 뇌까렸다.“That’s a bit rich.(어처구니 없군)”10월 30일, 이승만은 평양 시청에 모여든 시민에 연설했다.“본인이 39년 만에 다시 한번 대동강을 건너 평양을 찾게 되니
감개무량하며 무한히 기쁩네다. 여러분, 그동안 얼마나 고생하셨습네까. ……우리는 유엔의 지원을 얻어 다시 통일되었습네다. 이제는 어떠한 나라일지라도 우리를 다시 분단시키지는 못할 것이외다. ……여러분, 다시 한번 나와 같이 맹세합시다. 통일된 자유조국을 위하여, 정의를 위하여 싸워나갈 것을…….”일흔다섯 살 노인은 놀라운 정력으로 30분 넘게 연설했다. 소련의 스탈린과 북한의 김일성을 맹렬히 비난하고 남북통일이 임박했다고 외쳤다.
“오천수? 그라믄 길남이 아비 아낙?”용화가 앉은 자세에서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다섯살 짜리 수복이 영문을 모른 채 따라 고개를 숙였다. 노인이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용화의 두 팔을 그러쥐었다.“길남이 아비는 어디 있소? 길남이 아비는 어데 두고 댁에가 왔소?”용화가 어느새 눈물이 그렁한 노인의 얼굴을 마주 보며 말했다.“어르신…… 지는 오천수 씨를 찾으러 왔습니더.”입을 뗀 용화의 두 눈에서도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노인이 용화의 두 팔을 놓고 뒤로 넘어질 듯했다. 와가 여인이 뒤에서 어머니의 어깨를 받쳤다. 노인이 신음했다.“이게 무슨 곡절인고. 길남이 찾으러 간다고 나간 아비는 종무소식이더니, 아낙이 서방을 찾으러 왔다니 이게 먼 소리인고. ……길남이는 어데 가고, 그 아비는 어데 갔나. 내 잘난 사위는 또 어데로 갔나. ……하이고, 내 먼 꼬라지를 보겄다고 죽지 않고 여태살아 있나. 하이고…….”길남이 이모가 노인의 어깨를 안아 요 위에 눕혔다.“엄마. 우째 이러신다요. 진정하시오. 지가 저 댁과 야그를 나누어보고 말씸 드릴 테니 쪼깨 누워 계시오.”길남이 이모가 새삼스레 용화에게 목례를 했다.“지는 길남이 이모입니다. 정신이 없어 놔서 인사를 못 드렸네요 ”

  작가 소개

지은이 : 전진우
1949년 서울. 고려대 국문학과와 서강대 언론대학원 졸업. 1976년 동아방송 기자.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 당시검열 반대 및 제작 거부 활동으로 강제 해직됨. 1988년 동아일보사 복직. 월간 《신동아》 기자 및 편집장. 동아일보 논설위원, 논설실장, 대기자. 2023년 언론시국회의위원장, 현재 고문.198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으로 등단. 소설집으로 『하얀 행렬』, 『서울의 땀』, 『유쾌한 인생』, 『곰발가락』. 장편소설로 『동백』, 『그대의 강』. 칼럼집으로 『역사에 대한 예의』. 2021년 『그대의 강』으로 ‘류주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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